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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라빚 1300조 첫 돌파…"확장재정 청구서가 돌아왔다"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로 법인세·양도소득세 등 세입이 증가했고, 일부 기금 지출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개선은 '구조적 변화'라기보다 '환경 효과'에 가깝다. 적자 규모 자체는 여전히...

나라빚 1300조 첫 돌파…"확장재정 청구서가 돌아왔다"

지난해 한국 재정의 세입은 늘었지만, 빚은 더 빠르게 불어났다.

정부가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30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29조4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증가처럼 보이지만, 속도와 구조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 재정은 이미 '증가'가 아니라 '확대 체제'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 빚의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속도

국가채무는 2022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긴 이후 불과 3년 만에 1300조원대에 진입했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129조원은 단일 연도로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더 중요한 지표는 비율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9.0%로 전년보다 3.0%포인트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재정이 경기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채무비율이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은 향후 금리·세입·복지 지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번 올라간 채무비율은 경기 회복만으로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재정지출 구조를 손보거나 세입 기반이 크게 확대되지 않는 한, 비율은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적자는 줄었지만, 구조는 그대로

겉으로 보면 일부 지표는 개선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2000억원으로 여전히 100조원을 넘었지만 GDP 대비 적자비율은 3.9%로 전년(-4.1%)보다 소폭 낮아졌다.

정부는 이를 두고 재정운용이 정상화 흐름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로 법인세·양도소득세 등 세입이 증가했고, 일부 기금 지출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개선은 '구조적 변화'라기보다 '환경 효과'에 가깝다.

적자 규모 자체는 여전히 100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2020년, 2022년, 2024년에 이어 네 번째로 100조원을 넘겼다.

이미 한국 재정은 100조 적자를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구조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셈이다.

즉, 적자율이 소폭 낮아졌다고 해서 재정이 가벼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덜 나빠졌을 뿐이다.

◆ 확장재정, 불가피했나 아니면 과도했나

국가채무 증가의 직접적 배경은 명확하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확장재정을 유지했다.

내수 위축, 통상 환경 급변, 지정학 리스크 등 복합 충격이 겹치면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첨단 산업 지원과 민생 안정 정책은 일정 부분 경기 하방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문제는 '필요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였느냐'다.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그 속도가 세입 회복 속도를 앞질렀다는 점이 이번 결산의 핵심이다. 재정이 경기 완충 장치로 작동하는 동시에, 구조적 부담을 키우는 이중적 성격을 동시에 드러낸 것이다.

◆ 세입이 늘어도 빚이 줄지 않는 구조

이번 결산에서 가장 중요한 신호는 세입이 개선됐지만 채무비율이 다시 상승했다는 점이다.

한국 재정이 단순히 경기 영향을 받는 수준을 넘어, 지출 구조 자체가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 산업 지원 확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등은 모두 ‘되돌리기 어려운 지출’이다. 이런 항목들이 누적될수록 재정은 자동적으로 확대되는 구조를 갖게 된다.

결국 재정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커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는 단기적인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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