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예산 언박싱(Unboxing) 2027'을 마친 뒤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9월 정기국회 시작을 앞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 모두 청년 마음 잡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정부와 부처가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세계 최고의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청년들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청년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하기에 앞서, 노력한 만큼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발표에 앞서 청년 예산과 주요 사업을 청년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직면한 청년들에 대한 공감도 표했다. 그는 “이게 ‘라떼(나 때는)’는 아닌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런 이야기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는데 요즘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약간 뺨을 조심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며 “가장 기회도 적고 힘들고 또 괴로운, 그러나 또 잘 이해받지 못하는 진정한 의미의 취약 세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아무리 그래 봐야 꼰대를 못 벗어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27일 오후 인천 인스파이어 호텔에서 더불어민주당 정기국회 대비 워크샵이 진행되고 있다. 김민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청년층의 이탈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25~27일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3%포인트 떨어진 42%였다. 20대(31%)와 30대(35%)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부정평가는 5%포인트 오른 50%로 집권 이후 가장 높아 완연한 ‘지지율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우려는 여권 전체로 옮겨 붙고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도 청년 지지층 이탈 문제를 놓고 자성이 쏟아졌다. 김민석 대표는 워크숏 첫날인 27일 기조연설에서 “우리가 다 올드하다. 세대적 변화를 해내지 않으면 앞으로 5년, 10년 후에 지속적으로 국정을 맡기 어렵다”고 했다. 같은 날 강연자로 나선 윤희웅 오피니언스 대표는 “2030세대 70.3%는 민주당이 청년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차기 총선 승리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분노가 커지며 2030 지지층이 돌아서고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정점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야권은 이런 균열을 파고 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28일 경기 고양 소노캄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의원 전원 명의로 “청년에게 일자리와 자산 형성의 기회를 넓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결의했다. 연찬회에선 부동산·주식·취업을 주제로 ‘2030 청년 토크’ 프로그램도 개최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한슬 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장은 여권 일각에서 청년 주거 대책으로 거론됐다가 폐기된 ▶폐버스 청년 주택 ▶고시원 욕조 설치 허용 방안을 두고 “청년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물론 여야 모두가 ‘청년 쟁탈전’에 뛰어든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배경엔 이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는 물론,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2030세대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았다가 이준석 전 대표 사퇴 등으로 최근 존폐 위기에 몰린 개혁신당의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도 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엔 정치에 관심이 적다는 인식이 컸던 청년층이 최근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정치 세력처럼 부상했다”며 “여야 모두 청년 민심을 얻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뀐 것”이라고 했다.
김규태·오소영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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