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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눔과 재능기부 실천해 온 '농협맨'

윤재춘 농협 제주본부장이 2024년 5월 제주마늘 생육현장 방문, 농가 의견을 듣고 있다.

[공감 제주人] 윤재춘 농협자산관리회사 전무이사 (5)

직접 수확한 감귤, 자비로 전국 복지시설에 전달

감귤 착색·유통구조 문제점 현장에서 답을 찾아

오예진 선수 지원...사격 제주 꿈나무 육성에 앞장

윤재춘 농협 제주본부장이 2024년 5월 제주마늘 생육현장 방문, 농가 의견을 듣고 있다.

2025년 기준 제주지역 1차 산업 조수입은 5조2797억원으로 2년 연속 5조원을 넘어섰다. 지역 내 총생산(GRDP) 중 농림어업 비중은 10%대이며, 도민 인구 10명 중 1명이 농업에 종사한다.

농업을 제주의 생명산업이자 제주 경제의 근간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윤재춘 농협자산관리회사 전무이사(57)는 농업의 전문가는 농민과 일선 조합장으로, 농업정책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승진 양보하며 중앙본부 근무 지원

1969년생인 그는 추자도 묵리가 고향이다. 평범한 가정의 2남1녀 중 장남으로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중학교, 함덕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중 농협 제주지역본부의 공채시험에 합격해 1989년 입사했다. 주경야독을 하면서 제주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2021년 농협중앙회 지역사회공헌부 국장 겸 ㈔도농상생국민운동부 본부장에 이어 2023년 33대 농협 제주본부장에 취임했다.

제주본부장을 2년간 역임한 후 2025년 농협중앙회 홍보실장(상무)으로 승진했다. 올해 2월 농협자산관리회사 전무이사에 취임했다.

그는 퇴직을 앞둔 선배를 위해 승진 자리를 양보하면서 37년을 근무하는 동안 지점장과 지부장 등 ‘단위 사무소장’을 한 번도 맡지 못했다. 집값과 생활비를 감당해야하는 중앙본부 근무를 지원했다.

그는 서울 생활을 하면서 아파트를 사지 않고, 2018년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3300㎡(약 1000평) 규모의 감귤원을 구입했다.

그는 수확한 감귤을 전국 300여 곳의 복지시설에 보내고 있다. 매년 1500만원의 택배비를 자비로 부담했다. 감귤 농사를 남에게 맡기지 않고 손 편지까지 보내는 이유가 있다.

“보육원 아이들이 겨울철마다 감귤 선물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합니다. 감귤 농사로 돈은 벌지 못하는 대신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윤재춘 농협 제주본부장(맨 왼쪽)이 2024년 11월 서울 가락시장에서 감귤 유통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통합 브랜드보다 지역 브랜드가 강점

2009년 감귤 유통조절명령제가 시행될 당시 그는 제주농협에서 이 업무를 맡았던 실무자였다.

강제 착색과 공업용 왁스코팅이 불러온 소비자 불신 여파로 비상품감귤의 시장 출하가 금지됐고 과태료 처분이 도입됐다.

그가 농민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나무에서 추출하는 식물성 왁스(피막제)는 오히려 유통 중인 감귤의 부패와 수분 증발을 막는 효과가 있었다. 이후 조례가 개정돼 사용 금지가 아닌 농가 자율에 맡겨졌다.

현장의 중요성은 감귤 통합 브랜드에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통합 브랜드를 강조했으나 그가 대도시 소비자를 만난 결과, 대구는 효돈 감귤을, 광주는 위미 감귤을 선호했다.

공동 마케팅보다는 각자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을 소비자들이 원했다.

“한 때 옅은 푸른색이 감도는 감귤도 달고 맛있다고 홍보했죠.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감귤은 노란색으로 인식합니다. 소비자를 설득할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감귤을 생산하는 것이 산지의 역할입니다. 판매 마케팅과 유통의 문제점을 서류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13년 동안 2600시간 봉사 기록

야구를 좋아하는 그는 농협과 사회인 야구팀 등 3개 팀에서 포수로 활약하고 있다.

“모든 스포츠는 경쟁을 하지만, 야구는 유일하게 ‘희생’을 하는 경기죠. 팀의 승리를 위해 ‘희생 플레이’를 합니다. 타자는 아웃돼도 희생으로 인정돼 타율을 깎지 않고 타점으로 기록하죠.”

그는 농협인들도 ‘희생 타자’처럼 공동체를 위해 나눔과 봉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취업 지원을 위해 제주여상 운영위원을 맡았고, 장애·비장애 학생의 협력하며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국향매카협동조합’을 창립시켰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2014년부터 청소년 혼디학교에서 멘토로 나섰고 운영비를 지원했다. 주말에는 장애인복지시설인 제주애덕의집을 찾아 직원들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8년부터는 매년 소록도를 찾아 한센인을 위해 봉사를 했다. 그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893회에 총 2617시간의 공식 봉사기록을 보유했다.

2024년 8월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예진 선수(가운데)와 제주여상 홍영옥 코치(왼쪽)에게 1000만원을 지원했다.

▲사격 대회마다 찾아가서 응원

그는 2023~2024년 2년간 제주도사격연맹회장을 맡았다.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이자 제주여상 홍영옥 코치(전 국가대표)가 사격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학생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격 천재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 선수(당시 19세)다. 올림픽에 앞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의 출전 경비를 그가 지원했다. 제주의 꿈나무를 위해 전국 사격대회가 열릴 때면 휴가를 내고 현장에 가서 응원을 했다.

과거 농협 제주본부장이 겸임했던 사격연맹회장은 명예직으로 전국 대회장을 방문해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오예진 선수와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데 금메달을 딸 것을 예견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33회 졸업생이고, 33대 제주본부장을 맡았으며, 33회 파리올림픽이어서 좋은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는 금메달의 감동을 기억하고 제주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해 올림픽 사격 스쿨센터(가칭)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11월 원도심에서 열린 통합농협 제주본부 준공식에서 참석한 윤재춘 제주본부장(왼쪽 네 번째).

▲원도심에 통합본부 신축

그가 제주본부장이었던 2024년 6월 제주농협 통합본부가 준공됐다. 제주시 서사로 52번지에 지상 7층·지상 2층 규모로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등 범농협 계열사가 입주했다.

“금융기관들이 원도심을 떠났지만 농협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남았습니다. 제주도 금고은행으로서 지역주민과의 약속과 신뢰가 중요했습니다.”

그는 신축 청사 완공 후 지역주민을 위해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임직원들은 쓰레기 문제로 반대하자, 그가 빗자루를 들었다.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주차장에 버려진 빈병과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 됐다.

제주농업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새벽 5시 기상을 하면 하는 일이 도내 23개 농축협에서 하는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10년 넘게 블로그(blog.naver.com/nh-jeju)에 다양한 소식을 올렸다.

제주농협을 알려면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된다는 입소문이 전국 농협으로 전파됐다.

▲친절한 인사가 제주의 경쟁력

그는 어머니의 유언을 실천하고 있다. ‘높이 오를수록, 부를 축적할수록 갖고 있는 것을 나눠주고 주어진 권한은 사적인 일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2023년 12월 눈을 감기 전 어머니는 ‘부고를 지역사회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들이 농협 본부장이어서 연고가 없는 사람도 조의금을 보낼 것인데 이는 본인이 갚지 못할 빚이라고 했다.

그는 유지를 받들어 가족 5명만 모여서 집에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다. 농협 직원들은 물론 친척에게도 알리지 않고 모친상을 치렀다.

그는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친절’과 ‘따뜻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관광 1번지인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친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식당은 불친절하고, 택시를 탈 때마다 인사를 전하는 운전기사는 드물다고 했다.

“예산이 들지 않고도 관광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인 친절입니다. 친절한 식당에서는 음식 값이 다소 비싸도 거부감이 없습니다. 인사만 잘해도 제주가 따뜻한 도시라는 것을 저절로 홍보하게 됩니다.”

윤재춘 농협 홍보실장(왼쪽 네 번째)이 2025년 8월 한국배구연맹과 쌀 소비 촉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윤재춘 농협 홍보실장(맨 오른쪽)이 2025년 6월 프로골프 선수와 우리쌀 소비,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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