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김현우의 핫스팟] 위기의 삼성전자 그리고 노조

테슬라·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메타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은 지금 인공지능(AI)·반도체... 빅테크의 무서운 미래 현실선 선점 미국 기업은 다음 시장의 좌표를 먼저 찍으러 달려가고 있다. 이들은 이미 머릿속...

[김현우의 핫스팟] 위기의 삼성전자 그리고 노조

'핫스팟(HotSpot)'

D램 호황에 숨은 위기

반성 없는 사측에 불신

파업 카드 꺼낸 노조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은 단순한 임금 투쟁을 넘어 혁신 부재와 신뢰 결핍이 낳은 내전이다. 경영진은 인공지능(AI) 기술 격차를 범용 D램 호황으로 가리기에 급급하고 노조는 이를 불신하며 성과 공유를 압박하고 있다. 내부 분배에 매몰되어 미래라는 앞유리창을 놓친다면 결국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경고를 담았다. /연합뉴스

강원도 인제에서 양양으로 넘어가는 굽이굽이 한계령 옛길을 운전해 본 적 있는가. 안개는 자욱하고 브레이크 파열을 경고하는 표지판과 아찔한 급커브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낭떠러지 길이다. 이 오싹한 산길에서 가장 큰 위기는 가평 휴게소에서 사 온 간식을 두고 뒷좌석에서 터진 아이들의 소떡소떡 쟁탈전이다.

고성이 오가고 뜯어진 종이 포장지와 케첩 묻은 꼬치가 허공을 가른다. 참다못한 아빠가 핏대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는 그 짧은 1초. 핸들은 크게 요동치고 패밀리카는 가드레일을 향해 홱 꺾인다.

이 아찔한 찰나의 순간 소시지와 떡의 황금비율이나 소유권 따위는 털끝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운전자의 주의력이 향한 방향이다. 시선이 앞이 아닌 뒤를 향하는 순간 차에 탄 모두가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잔인한 현실 말이다.

삼성전자 노조와 사측의 임금 갈등 그리고 총파업 예고 뉴스를 보며 묘하게도 그 한계령의 아슬아슬한 패밀리카가 떠올랐다.

저 멀리 실리콘밸리라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경쟁자들을 보자. 테슬라·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메타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은 지금 인공지능(AI)·반도체 패권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자본·인력·시간 등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삼성이란 거함의 귀한 미래 투자 에너지가 뒷좌석의 소떡소떡 쟁탈전 같은 내부 분배 갈등으로 줄줄 새고 있다. 이 사태의 가장 뼈아픈 중점이다.

부풀어 오른 잉여포텐셜과 우주의 태클

노조가 고생했으니 성과를 나누자고 요구하는 건 합리적인 출발점이다. 떡 한 입 소시지 한 입 정당하게 나누자는 데 누가 뭐라겠는가. 하지만 그 요구가 영업이익의 15% 지급과 총파업 예고로 훌쩍 건너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랜서핑에서는 현실보다 욕망이 과도하게 부풀어 오를 때 잉여포텐셜이 생긴다고 본다. 요구치가 회사의 투자 여력·주주 배당·연구개발(R&D)·경기 사이클이라는 좁은 도로의 폭을 압도해 버리면 우주는 어김없이 균형력을 작동시킨다. 주주들의 거센 반발·싸늘한 여론·경영 리스크라는 이름의 거친 브레이크가 걸리며 결국 조직 전체가 멈칫하게 되는 것이다.

차 안은 지금 세 개의 펜듈럼이 각자의 논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노조는 우리의 땀이 만든 성과라는 프레임에 주주는 내 피 같은 자본이 만든 성과라는 프레임에 회사는 내일 당장 안 죽으려면 쏟아부어야 할 미래 생존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여기서 사측의 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경영진은 미래 생존을 외치지만 실상은 뼈아프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제외하면 AI 가속기 시장의 문턱에도 가지 못한 채 사실상 범용 D램 호황으로 로또를 맞은 격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뼈를 깎는 반성 대신 이러한 혁신 지연을 교묘히 감추고 위기론만 부풀리니 노조 역시 이를 불신하고 성과를 더 내놓으라고 맞서는 형국이다.

각자의 논리만 떼어놓고 보면 다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문제는 이 세 펜듈럼이 충돌하는 순간 다 같이 앞으로 나아가자는 공통의 현실선은 한없이 희미해진다는 점이다. 에너지는 내부에서 치고받는 데 다 타버리고 차는 그 자리에 맴돈다.

빅테크의 무서운 미래 현실선 선점

미국 기업은 다음 시장의 좌표를 먼저 찍으러 달려가고 있다. 이들은 이미 머릿속 영사기에 미래의 성공 슬라이드를 고정해 놓고 현재의 자원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그쪽으로 쏘아 보내는 중이다. 삼성전자가 노사 갈등으로 백미러만 보며 주춤거리는 이 아까운 시간에 경쟁자들은 이미 다음 현실선으로 갈아타고 저 멀리 사라지고 있다.

파업 카드는 훌륭한 협상 도구지만 파업의 기운이 짙어질수록 시장은 삼성의 실행력에 물음표를 던진다. 주주는 밤잠을 설치고 고객사는 공급 안정성을 의심하며 대안을 짠다. 내부 직원마저 본업 대신 성과급 논쟁에 몰입한다. 결국 천하의 삼성이 흔들린다는 거대한 집단적 관념이 만들어지고 그 관념은 실제 경쟁력 약화라는 현실을 창조해 낸다. 펜듈럼의 가장 전형적이고 작동 방식이다.

이 난장판의 진짜 원인은 지속 가능한 분배 공식이 없다는 게 본질이다. 호황일 땐 곳간을 화끈하게 열고 불황일 땐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명확한 룰이 있어야 한다. 기준이 없으니 매년 힘이 센 쪽이 이기는 싸움이 반복된다. 노·사·주주가 모두 고개를 끄덕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삼성전자는 정작 참전해야 할 글로벌 AI·반도체 전쟁은 구경만 한 채 사옥 한복판에서 쓸쓸한 내전만 치르게 될 것이다.

지금 삼성전자가 꽉 움켜쥐어야 할 현실선은 AI·반도체 패권 회복이다.

노조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요구가 회사가 미래로 나아가야 할 연료통마저 뚫어버리는 순간 자연의 균형력은 사측이나 노조 어느 한쪽이 아니라 삼성전자 전체를 향해 벼랑 끝으로 등을 떠민다.

지금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조직 전체의 시선이 미래라는 앞유리창을 향하지 못하고 내부 분배라는 뒷좌석의 소떡소떡만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계령의 낭떠러지는 우물쭈물하는 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제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시라.

☞트랜서핑=현실을 억지로 통제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현실을 선택해 이동하는 에너지 관리 원리다. 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고안했다.

☞펜듈럼=사람들의 공통된 생각과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독립적인 정보 에너지 구조체로 사람들의 에너지를 흡수해 세력을 키운다.

☞잉여포텐셜=특정 대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집착할 때 생기는 에너지 불균형 상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주의 균형력이 작용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