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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현우의 핫스팟] GPU 시대 열릴 때 스타크래프트···한국의 잃어버린...

반도체 강국이라는 화려한 간판 뒤에는 소프트웨어와 핵심 두뇌를 통째로 내어준 'AI 식민지'의 그림자가... ☞ 신경망처리장치(NPU)= AI 전용 반도체지만 스스로 공부하기보다는 이미 남이 공부한 내용을 빠르게 실행...

[김현우의 핫스팟] GPU 시대 열릴 때 스타크래프트···한국의 잃어버린...

'핫스팟(HotSpot)'

HBM 1위의 씁쓸한 이면

미국에 장악된 AI 생태계

NPU 추론 한계와 종속

알맹이 두뇌 기술 키워야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종속된 '첨단 하청 기지'로 전락할 위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세계 1위지만 이는 보조적 창고일 뿐 핵심 두뇌 기술은 부재하다. 자체 학습 능력이 없는 신경망처리장치(NPU)에만 매몰되지 말고 소프트웨어와 원천 두뇌 기술을 확보해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챗GPT 제작 이미지

미국 서부 개척 시대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전 세계 건달·신사가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 그들 중 진짜 노다지를 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정작 돈방석에 앉은 건 리바이스 청바지 사장님과 곡괭이를 팔던 잡화점 주인이었다. 2026년 현재 전 세계는 '인공지능(AI)이라는 금광'을 캐느라 혈안이다. 그런데 이 판국에 한국은 청바지를 만드는 것도 그렇다고 금을 캐는 것도 아니다. 금덩이를 보관할 '기막히게 튼튼한 금고'를 만들어 놓고는 "우리가 금광 산업의 지배자다!"라고 동네방네 소문만 내고 있다.

전남 담양의 한 조용한 마을엔 숯가마 하나는 끝내주게 짓는 박 씨 아저씨가 산다. 아저씨가 만든 가마는 열기 보존율이 99%라며 전국에서 트럭이 줄을 선다. 그런데 이 명장에겐 치명적인 영업비밀이 있다. 마을 잔칫날 내놓는 화력 좋은 참숯, 사실은 옆 동네 탄소 공장에서 몰래 사 온 '수입산'이다. 가마 껍데기 닦는 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정작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드는 알맹이 기술은 0인 셈이다.

1999년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괴물을 세상에 내놓은 뒤 30년간 한국 정보통신기술(IT)이 걸어온 길의 자화상이다.

고대역폭메모리 1위의 씁쓸한 이면··· "주인 없는 펜트하우스 창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시대를 다 씹어먹을 기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세계 1위라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HBM은 GPU라는 호화 저택에 딱 붙어 있는 '문턱 낮고 넓은 최고급 창고'일 뿐인데 말이다.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영등포의 한 PC방에서 진행된 '한가위 기념 민속놀이 대회 스타 정치인'에 참여한 이준석(왼쪽 첫 번째) 개혁신당 대표와 김재섭(가장 오른쪽) 국민의힘 의원. / 개혁신당TV 캡쳐

관련기사: [분석] 공부는 안 하고 '노가다'만···개혁신당 'AI 공약' 시스템

집을 지은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주인이지 벽돌 잘 구워다 창고 지어준 사람이 주인 대접 받는 법은 없다. GPU라는 집의 지분 90% 이상은 미국이 꽉 쥐고 있다. 우리는 그 옆에서 "창고 하나는 우리가 기가 막히게 뽑습니다!"라며 창고지기 완장을 차고 좋아하는 꼴이다. 주인 없는 창고가 무슨 소용일까. 주인이 이사 가버리면 창고는 그냥 빈터일 뿐인데 말이다.

학습 못 하는 NPU의 환상··· "남의 머리 빌려 쓰는 복사기"

더 골 때리는 건 정부·산업계의 태평한 '정신 승리'다. GPU는 전기를 너무 먹으니 우리는 신경망처리장치(NPU)에 올인하겠다고 한다. 마치 "수학 문제는 너무 어려우니 우리는 정답지만 빨리 베끼는 연습을 하겠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NPU는 새로운 지능을 스스로 깨치는 녀석이 아니다. 엔비디아·오픈AI 같은 형님들이 GPU로 며칠 밤낮을 새워 만든 '파라미터(지능의 핵심)'를 받아다가 실행만 하는 '추론 전용 칩'이다. 자국 칩으로 자체 지능을 학습시켜 본 적도 없는 나라가 NPU 강국을 외치는 건 남의 글을 예쁜 폰트로 출력하는 복사기 장인이 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세련된 방식의 '기술 종속'이다.

대기업 AI 동맹의 실체··· "첨단 하청업체의 땀방울"

최근 국내 대기업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동맹'을 맺었다고 팡파르를 울린다. 속을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뼈대가 되는 GPU는 엔비디아에서 빌려 쓰고 학습하는 마당(데이터센터)·연장(플랫폼)도 다 그들 소유다. 우리 기업은 그 안에서 사람 갈아 넣고 데이터 쏟아부으며 모델만 만든다.

이걸 전문 용어로 뭐라 할까. '첨단 하청'이다. 기계는 주인이 빌려주고 우리는 땀 흘려 노동력만 제공하는 AI 팩토리의 서글픈 풍경이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화려한 간판 뒤에는 소프트웨어와 핵심 두뇌를 통째로 내어준 'AI 식민지'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엔진(GPU)을 만들지 못하는 자동차 회사가 세계를 제패할 순 없다. 30년 후에도 옆 동네에서 숯 사다가 자기 가마에 집어넣는 담양 박 씨 아저씨로 남을 순 없지 않을까. 껍데기 닦던 그 악바리 정신으로 진짜 '알맹이'인 두뇌를 키워야 할 때다. 안 그러면 우린 평생 남의 금광에서 금고나 닦아주는 신세를 면치 못할 거다.

☞ 그래픽처리장치(GPU)= 원래 게임 화면 그리라고 만든 건데 머리가 워낙 좋아 AI 데이터를 한꺼번에 때려 넣고 학습시키는 '핵심 두뇌'가 됐다. 사실상 AI 시대의 원유이자 엔진.

☞ 신경망처리장치(NPU)= AI 전용 반도체지만 스스로 공부하기보다는 이미 남이 공부한 내용을 빠르게 실행(추론)하는 데 특화돼 있다. 훌륭한 비서지만 교수는 못 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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