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제웰니스협회장으로서 이제 산업을 삶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웰니스 대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결국 삶의 주체인 ‘사람’이 있다. 산업의 웰니스 전환과 함께 개개인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까. 그 답을 마음에서 찾아보고자 김정호 교수의 「마인드 리터러시」를 기획했다.
우리는 평생 자기 마음과 함께 산다. 그런데 정작 자기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불안하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더 불안해진다. 화를 그만 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지나간 일이 자꾸 떠오른다. 스마트폰을 이제 그만 봐야지 하는데 어느새 다시 화면을 넘기고 있다. 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우리는 마음을 배우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을 배운다. 학교에서는 국어와 수학, 과학과 사회를 배우고, 운전을 하려면 운전하는 법을 배운다. 요즘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넘어 AI 리터러시까지 배워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순간도 떼어놓을 수 없는 자기 마음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왜 어떤 일은 나를 몹시 화나게 하는데 다른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까? 왜 칭찬을 여러 번 받고도 한 번의 비판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까? 왜 걱정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걱정이 더 떠오를까? 이런 일에는 나름의 마음의 작동원리가 있다. 원리를 모르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에 끌려갈 뿐 왜 그런지 알지 못한다.
마음의 작동원리를 아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도 아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우는 사람이 많다. 화를 계속 되새겨봐야 내 마음만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은 좀처럼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습관 때문이다. 오랜 습관의 힘은 그만큼 강하다.
그래서 마음공부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마음지식과, 아는 것을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익히는 마음기술이다.
마음에도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리터러시(literacy)는 원래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뜻했다.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넓어져 디지털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하고, AI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AI 리터러시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음에도 리터러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서 마인드 리터러시(mind literacy)란 마음을 알고 다룰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마음을 안다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보편적인 원리를 아는 것과 함께, 나에게 고유한 마음의 특성을 알아가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바라는지, 나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무엇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지, 내 안에서 서로 다른 마음이 부딪칠 때 어느 쪽에 자주 끌려가는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마음을 다루는 데도 여러 방법이 있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는 잠시 호흡이나 몸의 감각에 주의를 두어 생각을 쉬게 할 수 있다. 화가 치밀 때는 ‘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에 곧바로 끌려가기보다 ‘내가 지금 몹시 화가 났구나’ 하고 한 걸음 떨어져 볼 수도 있다. 지금의 재미를 위해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볼 것인지, 내일의 건강과 활력을 위해 내려놓을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
결국 마인드 리터러시가 높아진다는 것은 내 마음에 끌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이해하고 더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마인드 리터러시가 필요한 시대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와 자극 속에서 살아간다.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고,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며, 때로는 분노와 불안을 자극하는 정보에 마음을 빼앗긴다. 이제는 AI가 만들어내는 막대한 정보까지 우리의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이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면 더 많은 정보와 더 강한 자극에 우리의 욕구와 생각, 감정이 끌려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과 정보가 강력해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도 함께 커져야 한다.
무엇을 믿을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무엇을 원하고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는 결국 마음의 일이다. 정보와 기술이 강력해지는 시대일수록 마인드 리터러시는 더욱 중요해진다.
내 마음을 알아가는 여행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그리고 시는 “너도 그렇다”로 끝난다.
그런데 마지막 말을 이렇게 바꾸어 읽어보면 어떨까.
“나도 그렇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세상을 알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도 정작 자기 마음에는 그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살아간다. 이제 내 마음부터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나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알 수 있다. 그리고 덤으로 내 마음도 좀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필자 김정호는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이며, 한국MMPT심리협회 회장이다. 한국심리학회 회장, 한국건강심리학회 회장, 대한스트레스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마인드 리터러시 함양을 통해 성장과 행복을 증진하는 명상‧마음챙김‧긍정심리 훈련(MMPT)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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