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수출 통제에 '에너지와 리튬' 콕 찍어 걱정...'전략적 파트너 심기 배려' 세심함 눈길
배터리 특히 주목...전기차·ESS 등에 이어 피지털 AI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수요 증대'
삼원계 배터리에 韓 특화...그래도 가격과 안전성 강점 리튬인산철(LFP) 역할 여전
SDI, LG화학과 엔솔 등에 포스코퓨처엠도 정중동...LFP도 중국 주도 꺾을지 기대감
다만 LFP 발전하려면 중국과 모로코 등에서 원료 공급 받아야...얽히고 설킨 관계 촉각
최근 정부가 석유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의 수출을 금지한 가운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수출 통제'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해법은 절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사태 여파로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와 관련된 각종 화합물 생산 및 유통에도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7일 자정을 기해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이 조치에 따라 기존 수출 예정 물량도 모두 국내 수요처로 전환 공급된다.
김 실장은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우선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각종 공급 부족) 상황이 깊어질수록 다른 석유화학 품목으로 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적으로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가 전제돼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파트너와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출 제한 품목을 추가로 확대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되고, 수요-공급간 조화로 움직이는 가격 문제를 정책적 압박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기본적 판단을 바탕에 깐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는 "수출 통제는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국제 문제를 만들어낸다"면서 무역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위기 때의 수출 통제는 오래 기억된다"며 "사태가 끝난 뒤에도 그 기억은 거래 관계의 방향을 바꾸고 때론 보복과 대체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짚었다. 전략적 파트너와의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특히 그는 "나프타를 지키려다 리튬과 에너지라는 더 큰 흐름을 잃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라고 적었다.
에너지는 석유와 가스 등을 전량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 자체의 평가 저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기관 씨티가 최근 보고서에서 짚었듯, 한국은 에너지 해외 의존 문제로 채권과 환율 등의 취약성이 전체 경제크기와 체력 대비 큰 문제가 있다.
리튬도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등으로 배터리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리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배터리는 작게는 보조배터리부터, 피지털 AI용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과 수요 확장이 앞으로 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문제는 배터리의 발전 방향이 다원화되고는 있지만,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고급형만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 국내 기업들은 특히 '삼원계(하이니켈 NCA) 배터리'에 주목하고 경쟁력을 키우고 있지만, 모든 영역과 수요에서 이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배터리의 상당 부분은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이 주로 매달려 장악력을 키워온 LFP 시장이지만, 결국 여기서도 한국이 완전히 손을 뗀 게 아니고 언젠가는 경쟁이 격화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달 중순, 삼성SDI의 미주법인인 '삼성SDI 아메리카'는 미국에서 LSS 수주를 하면서 기존 강점이던 삼원계 외에도 LFP 배터리 쪽으로도 포트폴리오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그룹과 2030년까지 3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북미에서는 ESS용 LFP 생산을 이미 시작했다.
LG화학 역시 고밀도 LFP와 장수명 특성의 ESS용 LFP 등 차별화된 솔루션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복수의 기업과 제품 공급을 협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산업계에 나돈다.
LG화학의 '인터배터리 2026' 참가 부스 [사진=LG화학]
포스코퓨처엠도 이 배터리 영역 넓히기 전쟁에 발을 들였다. 기존 보유 삼원계 생산라인을 일부 개조하는 작업에 착수, 여름에 준비를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국내 고객사에 LFP 양극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돈다.
여기서 다시 김 실장의 발언에서 보이는 세심함을 다시 음미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파트너의 마음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은 수입과 수출 등에서 여러 나라가 구절양장처럼 얽혀 있는 오늘날 글로벌 경제질서에서 특히 유념할 부분이다. 우리가 나프타를 수출하는 A국이 동시에 리튬 수출국이기 때문에 A국 생각을 안 하고 수출 통제를 하면 안 된다거나, 반대로 A국 마음만 헤아리면 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포스코퓨처엠의 LFP 양극재 사업은 중국 또는 모로코산 원료를 활용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식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LFP 양극재 공급망에서 중국 측 원재료 의존을 벗어나는 것은 업계의 공동 과제로 꼽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리 기업들이 배터리 발전으로 삼원계 뿐만 아니라 LFP 영역에서의 장악력과 몫 키우기를 하려면 언젠가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지만, 그 발전을 위한 젖줄 공급은 또한 일정 부분 중국과 연을 맺어야 한다. 김 실장의 발언은 이런 복잡한 여러 문제를 모두 고려해 국제경제적으로 타 국가들의 인심을 잃지 않는 최상의 솔루션을 찾자는 제안으로 큰 의의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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