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인해 늘어난 초과세수를 전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제도를 제안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반시장적 발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AI 시대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분배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이재명, “AI 국민배당금 논란, 여론조작용 가짜뉴스 지양해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국민 배당금’을 검색하자, 12일부터 15일까지 총 713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김 실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구상을 제안한 12일(210건)과 이튿날(270건) 관련 보도가 집중됐고, 이후 기사량이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국민배당금 관련 보도에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는 제안자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었으며, 그 뒤는 ‘AI’, ‘인공지능’ 등의 순이었다. 인물명 중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 실장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대통령이 국민배당금 논란을 다룬 일부 보도를 ‘음해성 가짜뉴스’라고 비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베네수엘라 떠올라…김용범 AI 과실 배당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김용범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 언론이 이 발언을 편집하여 ‘김 실장이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를 주장했다’는 음해성 가짜뉴스를 유포했다”며 “정치적 비난이나 비판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해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12~15일 보도된 '국민배당금' 논란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국민배당금’에 “시장경제 질서 왜곡하는 반시장적 구상”
한편, 언론에서는 보수성향 매체를 중심으로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구상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13일 사설에서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제안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며 “논쟁적인 동시에 위험하다”고 평했다. 중앙일보는 “AI발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데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맹렬하게 추격해 오고 있다”며 “초격차 유지를 위한 전략 없이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는 것이 대통령의 최고위 경제 참모의 역할인가”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개별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이나 ‘국민 배당’이라는 용어에 담긴 반시장적 뉘앙스도 극히 우려스럽다”며 “경제를 진짜 살리려면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지 않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올해 수백조 원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놓고 노조와 협력업체, 농어민 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가세해 뜯어먹기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정부 차원에서도 더 뜯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빅테크 기업의 이익은 신기술과 새 시설 투자가 1순위가 돼야 한다. 그러지 않는 기업은 바로 도태된다”며 “세금 아닌 ‘국민 배당금’ 등 다른 방법으로 정부가 기업 이익을 가져가겠다면 입법이 필요하고 정책이 아닌 폭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2일 AI 기업의 초과이윤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자는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안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속 불붙은 분배 논쟁
최근 삼성전자 노사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인 만큼 AI 인프라 기업의 초과세수 분배 논의를 꺼내기에는 부적절한 타이밍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내건 ‘AI 3강’ 진입을 위해서도 지금은 ‘분배 논의’보다 기업 투자 재원 확보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국가적 인프라 확충에 주력할 때”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더구나 김 실장의 이번 SNS 게시글은 최근 기업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성과급 갈등에도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크다”며 “내용도, 시기도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또한 ‘국민배당금’ 구상에 대해 “AI 호황으로 확대될 세수로 청년 창업을 더 지원하고 각종 연금재정을 강화하는 식의 정책 방향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하면서도 “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막대한 성과 보상을 요구하면서 ‘반도체 호실적 분배’에 대한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또 한국일보는 김 실장의 발언이 “정당한 기업 성과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으로 해석될 여지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부의 재분배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감수할지 많은 숙의를 거쳐야 할 난제 중 난제”라며 “이렇게 서둘러 툭 던질 일인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엑스(X, 옛 트위터)'국민배당금' 논란과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여론조작용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사진=엑스 갈무리
◇ 경향·한겨레 “AI 시대, 양극화 완화 위한 분배 정의 고민 필요”
반면, 일부 매체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구조적 변화 속에서 분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12일 사설에서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인공지능 산업의 이익 배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정책 당국자가 막대한 초과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인공지능 산업은 국가가 구축한 전력·통신망 등 각종 인프라, 그리고 시민들이 만든 데이터 위에서 작동한다”며 “하지만 그 과실은 해당 기업 주주와 임직원 등 핵심 이해관계자에게만 돌아가고, 자칫 상당수 국민은 양극화 심화, 일자리 상실 등의 피해에 더 많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기존 제도에 따라 당연히 발생할 초과 세수의 활용뿐 아니라, 이에 더해 초과 이윤 일부를 기금이나 추가 세금 형태로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경제정책 핵심 당국자로서 언어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AI 시대 호기를 맞은 기업과 그러지 못한 기업·국민 사이의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AI가 심화시킬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기술 진보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느린 상황”이라며 “차원이 다른 초과세수가 확보될 전망이 선다면 국민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집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날의 해프닝 때문에 논의 자체가 중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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