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 강조…"이분법적 사고 우려"
추가 규제·압박 '주홍글씨' 새겨질까 근심도
부담 커진 금융지주…"현실적 문제 감안해야"
[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연일 금융체계를 향한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주장에 금융권은 정부에서 나온 '잔인한 금융' 논리가 재등장할 지 여부에 긴장하고 있다. 가계부채 규제에 앞장서면서 대출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인데, 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가능하겠냐는 회의론도 크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우창 국가AI정책비서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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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범 실장은 지난 1~3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금융의 구조'라는 내용의 글들을 게시했다. 김 실장은 금융이 차주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 것인가를 중심으로 저신용자를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연속적 금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게시글에서 "나는 이 잔인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작동시키고 정당화해왔다"며 "금융은 오로지 우량과 불량이라는 이분법적 칼날이 작용한 회피 전략으로 중간 계단이 통째로 끊어져 버린 사다리"라고 질타했다.
김 실장의 글은 사실상 정부에서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을 실천하자는 내용이다. 생산적 금융은 자금이 생산 활동, 곧 기업의 혁신·투자·고용에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기능을 유도하기 위해 제시됐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이 실물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금융 흐름을 의미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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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금융권은 김 실장의 글에서 금융은 잔인하다는 '주홍글씨'가 다시 새겨질 수 있다며 불안해하는 반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실장은 금융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낸 금융통"이라며 "해당 게시글은 현 정부의 기조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금융권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로 적지 않은 부담을 강요받고 있다. 지난 1월부터 금융당국은 생산적·포용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하고 중금리대출 확대와 금리 인하, 벤처기업·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등의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최된 제4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는 중신용자에 더 낮은 금리의 중금리대출 31조9000억원을 공급하고 민간중금리대출 제도 활성화 대안을 각각 발표했다.
사잇돌대출은 여신전문금융업권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 민간중금리대출도 예금보험료 제외와 신용원가 산식 합리화로 금리요건을 1.25%포인트(p) 낮추기로 했다.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중금리대출을 분리하고, 더 낮은 금리의 대출에 인센티브를 추가 부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 방침에 이미 은행권은 '백기'를 든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1조5300억원의 민간중금리대출을 공급하는 등 저신용자 대상 금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용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하고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최대 5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 전용 새희망홀씨' 상품도 출시한다.
또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융자 자금 1조원을 확대 지원하겠다고도 발표했다. 해당 투자 재원은 5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NH금융지주)에서 부담한다. 모태펀드 등 정책펀드에 대한 출자와 협업을 강화하고 성장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작 정부 방침은 가계대출을 옥죄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대출 총량규제를 전년대비 1.5% 수준에서 억제할 것을 발표했지만, 주요 시중은행은 이보다 더 낮은 1% 내에서 관리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0.7%로 금융당국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과정에서 일반적인 차주 전체에 대한 자금공급이 어려워진 시기에 중저신용자만 자금을 늘려 지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의 주장이 현재 금융권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 실장의 발언을 통해 금융권에 추가적인 압박이나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금융권도 최소한의 수익이 보장돼야 사업을 유지하고 확장할 동력을 얻게 되는데,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 시기 중저신용자에 대한 지원 축소를 이유로 압박이 추가적으로 가해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그동안 생산적 금융 실천을 위해 매진해 왔다"며 "김 실장의 주장은 생산적 금융의 확대 측면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금융권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전체 내용을 다 동의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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