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에 대해선 여전히 제대로 된 토의조차 없다, 왜 그럴까?
미룰수록 비용부담 자식과 손주세대에 떠넘기는 결말
2025년 3월, 국회는 국민연금 개정법률안을 찬성 193표, 반대 40표, 기권 44표로 통과시켰다. 18년 만에 국민연금에 손을 댄 것이다. 매달 급여에서 공제하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상향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정부는 국민연금 운용수익률 목표를 4.5%에서 5.5%로 올렸을 때를 가정한 재정전망을 제시했다. 더 내야 하는 부담이 커진 미래세대는 강력하게 반발했고, 여야는 후속 논의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구조개혁은 멈춰 서 있다. '현재 표를 가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비용부담을 떠넘기는 구조'가 되어버린 국민연금, 그 쟁점을 살펴본다.
■ 18년 만의 합의, 그러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이로써 모든 급여소득자는 매년 0.5%p씩 보험료를 더 내야 하고, 2033년에는 급여의 13%를 국민연금에 납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을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이 늦춰지게 된다고 한다. 찬성 측은 ‘18년간 아무도 못 건드린 연금에 손댄 것 자체가 성과이고,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을 법에 명시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OECD 국가 중에서도 보험료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는데 법률개정을 통해 정상화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반대 측에서는 이 개정안을 두고 ‘단순히 숫자를 조정해놓고는 문제해결을 뒤로 미뤄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 약속했던 구조개혁은 어디로 갔는가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숫자만 조정하는 게 아니라 핵심적으로 다뤄야만 하는 과제들이 있다. 인구구조와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연금수령액·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기초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연계하는 ‘다층연금체계’,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적용 등이다. 모두 국민연금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내용이지만 논의하겠다는 말만 넘쳐나고 있다.
실제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심해지자 여야는 2025년 4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의 후속조치를 약속하며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출범했다. 그리고 8월이 되어서야 세번째 회의를 열고 10월에는 민간자문위원회 22명을 새로 구성했다. 그런데 여당 측은 국가재정 투입을 강조하고, 야당 측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주장하면서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민간자문위원회가 2026년 2월까지 4차례 회의했지만 합의안을 내놓지 못했다. 국회 연금특위는 2026년 3월 18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 등 5개 정부부처에게 연금개혁 대응방안을 보고받았지만,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된 토의조차 없다.
왜 그럴까? 국민연금 구조개혁은 모수조정과는 다르게 수급연령, 지급방식, 재정투입 범위 등을 광범위하게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당이나 정치인도 이런 부담을 먼저 짊어지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 세대 간 공정은 어디에 있는가
개정안에 따라 모든 세대가 일괄적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적용받게 됐다. 다른 말로 하면, 현재 20대 청년들은 앞으로 수십 년간 기존 세대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하지만, 자신이 받게 될 시점에는 연금이 남아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미래를 맞게 될 예정이다. 여야의 3040 국회의원 8명은 개정안에 대한 반대성명을 냈다. 전국대학총학생회가 반대 성명을 내고 청년단체들이 헌법소원과 납부 거부운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한 KDI는 2024년 2월에 발표한「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보고서에서 "저출산 상황에서 소수의 청년이 다수의 노령층을 부양하는 현재 구조로는 모수(parameter)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세대간 형평성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노인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청년세대의 부양부담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악화일로의 경로에 올라있다. 심지어 정년연장, AI 기술에 의한 고용위기 등 미래세대의 일자리 환경과 여건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실과 연계한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구조개혁을 미루는 선택은 비용부담을 자식과 손주 세대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게 되는 결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사건건마다 첨예하게 대립해 온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를 이뤄냈다는 사실 자체를 성과로 볼 수는 있겠지만, 2025년의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시간을 잠시 미뤄둔 것일 뿐 문제를 해결한 게 결코 아니다. 벌어놓은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늦출수록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한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비용만 더 청구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세대 간 공정'에 대해 충분히 지피지기하고 있는가?"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 koreasejin20@gmail.com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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