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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김부겸은 길을 만들까 ⑥ 대구-노인과 아파트의 도시
민병두
입력 : 2026.04.08 12:47
ㅣ 수정 : 2026.04.08 12:47
고령사회 속도가 가장 빨라
백세사회를 위한 로봇도시 실험장
[사진=김부겸 전 총리 페이스북] 2020년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가 국밥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민병두회장] 대구는 부산과 함께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25년 기준으로 광역시·특별시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부산 25.3%, 대구 22.1%, 서울 20.4%의 순이다.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인데 부산·대구·서울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와 있다.
초고령사회가 되는 이유는 고령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서 인구구조가 역삼각형 혹은 직사각형화되기 때문이다. 서울은 원래 청년이 많이 모이는 도시이지만, 최근에는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때문에 청년층이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부산과 대구는 청년 유출과 산업구조 변화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두 도시는 제조업·전통산업 중심의 구조조정, 지역 대학 졸업생의 수도권 이동, 낮은 출생률이 겹치면서 젊은 층이 줄고 고령층 비중이 빨리 높아졌다. 부산·대구의 일부 구·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부산은 ‘노인과 바다’, 대구는 ‘노인과 아파트’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의 2026년 3월 기준 평균연령으로 보면, 특별·광역시 중에 부산 47.9세, 대구 46.6세, 서울 45.5세 순으로 주민 평균 연령이 높다.
대구의 특이점은 아파트 도시라는 것이다.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기준으로 대구의 아파트 비율은 76.0%로, 부산 69.9%보다 높고 전국에서 가장 높다. 대구 시민들이 아파트를 선호하게 된 데다(대프리카가 한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도시개발과 재개발 방식이 공동주택 중심으로 굳어졌고, 실제 공급도 많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구는 땅이 없어서가 아니라, 도시를 바꾸는 방식 자체가 아파트 중심이었기 때문에 아파트의 도시가 되었다.
고령사회와 아파트 주거문화는 대구시장 선거에서 굉장히 중요한 변수이다. 이를 어떻게 파고드느냐에 따라 유권자 표심, 특히 박정희 향수에 젖어 있는 60대 이상 표심의 미세한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일자리(경제), 의료(건강), 돌봄(복지), 주거(환경), 디지털(문화) 등 삶의 전 영역을 어떻게 촘촘하게 아우르느냐가 중요하다.
대구에서 고령층 지지를 얻으려면 정권지원론 같은 선거 구도로는 어렵다. 이 지역 60세 이상 유권자는 아직도 박정희 향수에 젖어 있다. 304050이 민주당 지지층이 넓어지고 있는데 반하여 60세 이상은 난공불락이다. 정당 충성도, 후보와의 귀속 안정감, 익숙한 정치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변화의 언어에는 미세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고령사회인 대구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60세 이상을 고정표로 보겠지만,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입장에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가 2013년 6월 국내 최초로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했고, 현재 국내 가입 지자체는 58곳이다. 서울시의 '손목닥터9988', '부산의 15분 돌봄도시'와 같은 개념과 수단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대구는 7대 도시 중에서 두 번째로 평균연령이 높고 고령화가 진행된 도시이지만 아직 뚜렷한 비전이 없다.
고령친화도시는 나이가 들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도록 도시 전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도시다. 모든 세대가 함께 살되, 특히 고령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도시를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령친화도시를 “활동적인 노화를 지원하기 위해 건강, 참여, 안전의 기회를 확대하는 도시”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핵심은 첫째, 이동이 편해야 한다. 보도가 평평하고, 횡단보도가 안전하고, 버스·지하철을 타기 쉬워야 한다.(모빌리티, 이동권) 둘째, 살 곳이 고령자에게 맞아야 한다. 집 안의 문턱, 엘리베이터, 욕실 안전손잡이, 가까운 생활편의시설 등이 중요하다.(Aging in Place) 셋째,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게 해야 한다. 노인이 집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봉사·여가·학습·모임에 계속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평생활동) 넷째, 의료와 돌봄이 생활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병원만이 아니라 방문건강관리, 복지상담, 돌봄서비스 연결이 쉬워야 한다.(일본 도쿄대학의 가시와 프로젝트) 다섯째, 존중받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노인을 보호의 대상자가 아니라, 은퇴 후 수혜자(Passive)가 아니라 지역사회 기여자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사회의 주체이자 자산’으로 보는 것이다.
사실 백세사회 인프라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이자 도시의 경쟁력이다.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 되고 국가와 사회에는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한편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생을 살다가 간다고 했지만 지금은 본생을 살아간다고 할 정도로 노후가 길다.
우리나라는 행복수명이 65세 전후이고 평균수명은 80대 초반이다. 행복수명이 너무 일찍 끝난다. 경제수명, 건강수명 등을 합친 개념인 행복수명과 평균수명의 간격이 길게 되면 인생이 ‘ㄴ’자로 끝난다. 즉 오랫동안 고생하며 살다가 죽게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생애곡선을 직각화하면, 즉 행복수명을 길게 하여 평균수명에 근접하게 하면 노후가 행복해진다. 쉽게 말해서 9988234(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 3일 고생하고 4일 만에 죽는다)하게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목표다. 즉 ‘ㄴ’자 노후가 아니라 ‘ㄱ’자 노후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를 목표로 사회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첫째, 평생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자들은 배움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고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곧 도심형 폐교가 쏟아져 나온다. 20년 이내에 거의 절반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 이 공간을 시니어 캠퍼스로 활용하고 각자가 원하는 배움의 길을 걷게 한다. 취미, 금융, 디지털, 인공지능 등의 수업을 듣고 활용하게 한다. 인공지능은 젊은 층에게는 일자리를 뺏는 위협 요소이지만 고령층에게는 엄청난 활용 자원이다. 전국에서 맨 처음 고령층에게 200학점 정도를 무료로 듣거나 거의 공짜로 들을 수 있게 하는 지자체가 있으면 좋겠다. 은퇴를 했는데 원한다면 다시 대학 생활을 누구나 할 수 있다면 그 효과자 적지 않다. 영국의 U3A(University of 3rd Age) 같은 연합형 캠퍼스를 만들어도 좋다.
둘째는 미니잡, 스몰잡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70세 이상 시니어들이 연금 외에 추가 수입을 갖게 할 수 있는 미니잡을 많이 제도화해야 한다. 반려동물 케어 일자리를 포함해서 시장형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고령친화도시이다. 고령자가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활기차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를 부양의 관점이 아닌 ‘생산적 고령화(Productive Aging)’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은퇴 후 수십 년에 달하는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고령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활력과도 직결된다. 미니잡 스몰잡은 워크 셰어링(Work Sharing)’이다. 고령자의 체력과 개인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을 나누어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령자는 해외여행을 가거나 손주를 돌보는 등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일정한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유치원·보육원 도우미, 책 읽어주기, 낮잠 지켜보기, 지역 채배지 채소 재배, 농업 생산 활동 참여, 세탁, 가드닝, 식사 보조, 노노케어 등등
셋째, 살던 곳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어야 하고, 노후의 건강을 지역 거점에서 모두 관찰하고 보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본 교토대학은 다직종 간의 협력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가시와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ICT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여 각 전문직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방문간호사나 헬퍼가 방문 시 측정한 바이탈 사인, 식사 섭취량, 복약 상태 등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주치의와 케어매니저가 즉각 확인할 수 있다.(환자 상태의 가시화), 욕창의 개선 정도나 재활치료 과정, 배설물 상태 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공유함으로써 언어적 설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사진과 영상의 활용), 재택 환자가 긴급 입원하거나 퇴원하여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때, 병원 소셜워커와 지역 케어 팀 간의 정보 누락을 방지하여 케어의 연속성을 유지한다.(입퇴원 연계)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가시와시에서는 가정 내 임종(재택 간취) 비율이 상승하였으며, 이는 환자와 가족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병원 중심의 의료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시스템 구축을 시청이 직접 주도하여 각 직종 간 소통 채널을 만들었고, 갈등을 최소화했다. 택의료의 핵심은 의사, 치과의사, 약사, 방문간호사, 케어매니저 등 서로 다른 전문 영역에 속한 인력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다. 도쿄대는 가시와시 의사회와 협력하여 2주에 한 번꼴로 정기적인 공부회와 사례 검토회를 개최했다. 이러한 대면 활동은 기술적인 지식 공유를 넘어, ‘안면이 있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급박한 환자 발생 시 전화 한 통으로 협력이 가능한 심리적 토대를 마련했다.
넷째, 로봇도시 대구가 백세사회를 위한 로봇도시의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로봇이 만들 미래사회는 피지컬 AI를 활용한 공장 자동화, 이동수단의 획기적 변화, 동에서의 해방 등이 있지만 다른 하나의 큰 영역이 케어이다. 근력로봇과 유희로봇(말동무)이 대표적인 케어로봇인데 고령사회이면서 로봇도시인 대구가 가장 큰 실험장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고령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모빌리티까지 갖추면 진정한 고령친화도시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후보도 대구에서 생활 회복 경쟁에 나서야 한다. 그냥 고정표로 봐서는 초고령사회 대구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노년층의 일상 불안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체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철학이 부족해서 시혜적인 정책 꾸러미들을 내놓는 수준인데,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도전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가장 먼저 늙어가는 도시 대구가, 가장 먼저 백세사회의 해법을 찾게 된다면 대한민국이 해법을 찾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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