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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호의 일본 읽기] 반도체 총력전

인공지능(AI) 혁명이 반도체 수퍼사이클을 일으키면서 반도체 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은 물론 군사... 참여해 AI 반도체 설계 및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봄 홋카이도 치토세 공장에서...

[김동호의 일본 읽기] 반도체 총력전

김동호 논설위원

일본은 1980년대 미·일 반도체 협정 이후 산업의 주도권을 잃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반도체 없이도 버틸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일본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첨단 반도체 자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이 반도체 수퍼사이클을 일으키면서 반도체 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은 물론 군사 기술에서도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일본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2022년 출범한 파운드리 업체 라피더스에는 소프트뱅크·소니·토요타 등 업종을 초월한 32개 대표 기업이 참여해 AI 반도체 설계 및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봄 홋카이도 치토세 공장에서 시제품 라인을 가동했고, 내년부터 2나노급 시스템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물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2010년대 초에도 엘피다와 르네사스를 앞세워 재기를 노렸으나 한국과 대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절실함이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총 3조 엔 규모의 재정 투입에 나섰고, 참여 기업들의 출자금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자국 기술만 고집하던 이른바 ‘히노마루(日の丸·일장기) 순혈주의’를 내려놓았다는 점이다. 라피더스가 미국 IBM과 손잡고 기술 개발에 나선 한편, 일본 정부가 대만 TSMC를 구마모토에 유치한 것이 상징적이다.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TSMC 구마모토 2공장은 3나노급 공정까지 계획하고 있다. 자존심을 접어두고 개방과 협력을 택한 이번 도전의 성패는 첨단 공정 안착 여부에 따라 향후 2~3년 안에 판가름 날 것이다. 일본의 총력전은 반도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를 향해, 추격을 허용치 않는 수준의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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