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 연합뉴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함께 교육행정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이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도 단순히 교부금 규모를 지키기 위한 요구를 넘어, 통합교육청이 출범 초기부터 재정 부족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풀이된다.
김 교육감은 22일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과 관련해 현행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연동하는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통합 시기에는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회와 정부에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핵심은 재정 규모의 차이다. 현행 내국세 연동제가 유지될 경우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의 내년도 교부금 증가분은 약 2조원으로 예상되지만, 정부 개편안을 적용하면 증가분이 2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육감 측 추산으로는 두 방식 사이의 차이가 최대 1조8315억원에 달할 수 있다.
이는 통합교육청의 단순한 ‘예산 증감’ 문제가 아니다. 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의 교육 여건을 하나의 체계로 묶고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모델을 새롭게 설계하려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남은 학생 수 감소와 함께 학교의 소규모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서 학교 운영에 필요한 기본 비용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농어촌 학교와 지역 간 교육 격차를 고려하면 오히려 학생 수만을 기준으로 재정을 축소하기 어려운 구조다.
김 교육감이 AI 교육과 기초학력 보장, 학생 맞춤형 교육 등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특별시가 행정구역만 합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 분야에서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면 안정적인 재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논리다.
통합특별시 교육, ‘권한’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출범 과정에서 교육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자율성과 특례 확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권한과 특례가 실제 교육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이를 실행할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 교육감이 “권한만으로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 권한을 현실로 만들 안정적인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교육청이 출범 초기부터 재정 압박을 받게 되면 새로운 교육사업을 추진하기보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 급급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디지털 교육, 지역 특화 교육과정, 기초학력 지원, 농산어촌 교육 여건 개선 등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따라서 이번 교부금 개편 논란은 ‘교육청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그치지 않고 통합 이후 광주·전남 교육의 방향을 어디까지 실현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재정 개편 논리도 외면할 수 없어
다만 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둘러싼 논쟁에서 정부의 논리 역시 함께 살펴야 한다. 정부는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감소 추세 등을 감안해 현재의 내국세 연동 방식이 앞으로도 적절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세수 증가에 따라 교육재정이 자동적으로 확대되는 현행 방식에 대한 조정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쟁점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개편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별 교육 격차를 동시에 반영하면서 통합교육청의 안정적인 재원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광주와 전남의 교육 여건이 크게 다른 만큼 획일적인 학생 수 중심 재정 배분만으로는 지역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통합교육청 첫 시험대…정부·교육계 협의가 관건
이번 논란은 출범 초기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어떤 교육 모델을 구축할 것인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김 교육감은 전국 시도교육감과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제도 개편의 찬반을 넘어, 통합특별시라는 새로운 행정체계에 맞는 교육재정 기준을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통합이 행정조직 통합에 그치지 않고 교육·복지·의료 등 시민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교육 분야 역시 안정적인 재정 기반 위에서 장기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통합의 성패는 조직을 얼마나 크게 만드는지가 아니라 통합 이후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교육의 질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 교부금 개편 논의 역시 이 기준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가 교육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과 통합교육청의 안정적인 재정을 보장하는 것은 서로 충돌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지역 교육의 현실과 미래 투자를 함께 담아낼 새로운 재정 모델을 찾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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