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F의 경험 ‘융잉’으로 계승…대만 유일 항공기 체계종합기업
대만 공군의 F-CK-1B ‘징궈(經國)’ 복좌형 전투기가 무장을 장착한 채 고속도로 비상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징궈 전투기는 대만의 대표적인 국산전투기로, AIDC가 축적한 항공기 설계·생산·정비 능력을 상징한다. 사진=김대영
지난달 말 대만 중부 타이중에 자리한 한샹항공공업주식유한공사(漢翔航空工業), AIDC를 찾았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공장 내부에서는 항공기 조립과 부품 생산,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생산라인에는 대만이 독자 개발한 F-CK-1 ‘징궈(經國)’ 전투기의 기술을 계승한 T-5 ‘융잉(勇鷹)’, 브레이브 이글 고등훈련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인근 시설에서는 엔진과 기체 구조물 부품이 가공되고, 완성된 항공기의 각종 계통을 점검하는 시험도 이어졌다. 이곳은 대만 항공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데 모인 현장이었다. 1969년 중화민국 공군 산하 항공공업발전센터로 출발한 AIDC는 현재 대만을 대표하는 항공우주 체계종합기업이다. 군용기의 설계와 개발, 시제기 제작, 양산, 비행시험, 성능개량과 정비를 수행하고 민항기 구조물과 엔진 부품 생산에도 참여한다. 항공기 기체뿐 아니라 엔진, 항공전자장비, 복합재 구조물과 후속군수지원까지 아우르는 대만 항공산업 생태계의 중심이다.
AIDC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기체는 F-CK-1 징궈 전투기다. 해외에서는 IDF, 즉 국산방어전투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대만은 1980년대 미국으로부터 신형 전투기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독자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AIDC가 기체 설계와 제작, 체계통합과 시험을 맡고 국가중산과학연구원이 레이더와 무장체계를 개발했다. 엔진과 일부 핵심기술은 미국의 지원을 받았지만, 대만이 전투기급 항공기를 직접 설계하고 양산한 첫 사례였다. IDF는 길이 약 14.5m, 최대이륙중량 약 12톤의 쌍발 경전투기다. 공대공과 공대지 임무를 수행하며, 대만이 자체 개발한 톈젠(天劍) 계열 공대공유도탄과 완젠(萬劍) 장거리 공대지 무장을 운용한다. 1990년대부터 실전 배치됐고, 이후 레이더와 항공전자장비, 무장 운용 능력을 강화하는 성능개량이 이어졌다.
AIDC 생산 현장에서는 IDF가 과거의 유산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도 창정비와 기체 구조 점검, 부품 수리와 항공전자장비 정비가 계속된다. 장기간 운용으로 피로가 누적된 기체를 검사하고 구조를 보강하며 단종된 부품을 대체한다. 전투기의 전력은 생산 대수보다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정비하고 개량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AIDC는 대만 공군의 F-16A/B를 F-16V 사양으로 개량하는 사업에도 참여했다. 기체 구조 개조와 항공전자장비 설치, 계통시험을 담당했다. 신형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와 임무컴퓨터, 전자전 장비를 기존 기체에 통합하려면 전기와 냉각계통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 AIDC는 이 사업을 통해 최신 전투기의 개조와 체계통합 경험을 축적했다.
IDF에서 확보한 기술은 T-5 융잉 고등훈련기로 이어졌다. 융잉은 대만 공군의 AT-3 고등훈련기와 F-5E/F 전투기의 훈련 임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대만은 66대를 확보해 조종사 양성과 전술입문훈련에 사용할 계획이다. 융잉은 외형적으로 IDF와 닮았지만 내부 구조와 임무장비는 훈련 목적에 맞게 새롭게 설계됐다. 디지털 조종석과 최신 항공전자장비를 적용했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공대공과 공대지 전투 상황을 모의할 수 있다. 조종사는 실제 전투기로 이동하기 전 레이더 운용과 표적 탐지, 무장 선택과 교전 절차를 반복 훈련한다. 일부 전술훈련을 고등훈련기로 대신하면 F-16V의 비행시간과 운용비도 줄일 수 있다.
AIDC의 생산시설에서는 동체와 날개, 꼬리날개가 단계적으로 결합되고 내부에 연료배관과 유압계통, 전기 배선과 비행제어장치가 설치된다. 작업 단계마다 정밀한 검사와 기록이 뒤따른다. 기체 조립이 끝난 뒤에도 전기와 유압, 연료, 착륙장치, 비행제어와 항공전자장비의 기능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후 지상시험과 활주시험, 비행시험을 통과해야 공군에 인도된다. AIDC의 경쟁력은 단순한 조립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설계와 생산, 시험 결과를 다시 설계에 반영하는 순환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설계기술자와 생산인력, 시험조종사가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자체 체계통합과 시험평가 능력이 있어야 해외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엔진과 정밀부품 사업도 중요하다. 항공기 엔진은 고온과 고압, 고속 회전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초정밀 가공과 특수공정, 엄격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AIDC는 군용 항공기 엔진 정비와 부품 생산뿐 아니라 글로벌 민항기 엔진 공급망에도 참여한다. 민항기 사업은 일정한 생산물량을 확보해 숙련인력과 품질관리 능력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AIDC 탐방에서 확인한 대만의 항공자립은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폐쇄적인 국산화와 달랐다. 엔진과 일부 핵심 장비는 해외에 의존하더라도 항공기 전체를 설계하고 장비를 통합하며 시험과 정비를 수행하는 능력은 대만 안에 남기려는 전략이었다.
대만은 IDF를 통해 전투기 설계와 체계통합 경험을 확보했고, 융잉을 통해 생산시설과 기술 인력의 단절을 최소화했다. F-16V 개량으로 최신 전투기 통합 경험을 쌓았고, 엔진과 구조물 사업으로 국제 공급망에도 참여하고 있다. 제한된 시장과 외교환경 속에서 선택한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다. 타이중의 AIDC 공장에서 본 것은 항공기 한 대의 생산과정만이 아니었다. IDF에서 융잉, F-16V 개량과 엔진 사업으로 이어지는 기술의 계보였다. 압도적인 중국 공군에 맞서 대만이 지키려는 것은 단순한 생산라인이 아니라 유사시에도 전투기를 정비하고 개량하며 필요한 항공기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항공자립의 기반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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