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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대영의 방산인사이드] K방산의 미래, '국방반도체' 확보에 달려

국방반도체는 말 그대로 무기체계에 적용되거나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 전반을 뜻한다. 사진=김대영 아랍에미리트(UAE)에 실전 배치된 국산 중고도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가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습에...

[김대영의 방산인사이드] K방산의 미래, '국방반도체' 확보에 달려

무기체계의 두뇌·눈·신경망 적용 반도체 98.9% 해외 의존

국방반도체는 말 그대로 무기체계에 적용되거나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 전반을 뜻한다. 사진=김대영

아랍에미리트(UAE)에 실전 배치된 국산 중고도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가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96% 수준 실전 명중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방산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세부 교전 자료 전체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라면 천궁-Ⅱ가 세계 정상급 방공체계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중동의 실전 하늘에서 국산 방공망이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만으로도 K방산에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궁-Ⅱ는 국방반도체가 없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천궁-Ⅱ는 발사대와 요격미사일 몇 발만으로 작동하는 무기가 아니다. 적 표적을 찾아내는 다기능레이다가 있어야 하고, 교전통제체계가 위협의 방향과 속도, 우선순위를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며, 미사일 안에서는 탐색기와 비행제어장치가 정확히 작동해야 한다. 또 각 장비를 하나로 묶는 통신장치와 피아식별 장치, 전원 제어장치도 빠질 수 없다. 다시 말해 반도체가 없으면 천궁-Ⅱ는 표적을 보지도, 계산하지도, 유도하지도 못한다. 겉모양은 남아도 전투력은 사라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K방산의 숨은 약한 고리가 드러난다. 국산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 유도무기, 군함은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 전자 부품 상당수는 아직 외국산이다. 무기의 ‘두뇌’와 ‘눈’, ‘신경망’ 역할을 하는 국방반도체를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제품은 국산이어도 그 안의 핵심 칩을 외국이 쥐고 있다면 생산 안정성과 수출 경쟁력은 언제든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강한데, 가장 중요한 곳이 취약한 구조다.

국방반도체는 말 그대로 무기체계에 적용되거나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 전반을 뜻한다. 레이더와 통신 장비에 들어가는 RF 반도체, 표적 정보와 비행 궤적을 계산하는 로직 반도체와 프로세서,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자율 판단과 영상 분석을 맡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탐색기와 항법장치용 센서 반도체, 전력 분배와 제어를 담당하는 전력 반도체가 모두 여기에 들어간다. 전차가 움직이고, 전투기가 싸우고, 드론이 날고, 방공망이 작동하는 모든 과정이 결국 이 작은 칩들 위에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국방반도체 관련 공개 자료와 전문가 논의에서는 우리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국방반도체의 98.9%가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돼 왔다. 이 숫자는 단순한 국산화율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 업체가 생산을 줄이거나,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거나, 국제 정세 변화로 공급망이 흔들리는 순간 한국 방산 업체의 생산 일정과 납기, 후속 군수 지원 체계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수출 계약을 따내고도 핵심 칩이 막혀 인도가 늦어지면, 손해는 단지 한 번의 납기 지연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뢰도와 후속 계약, 장기 유지보수 체계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게 된다.

국회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국방반도체 육성 관련 법률안 공청회를 열었고, 공개된 법안에는 국방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 실태 조사, 정보체계 구축, 공급망 관리, 기술 개발 지원, 추진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국방반도체가 더 이상 업계 내부 애로사항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 정책이 만나는 전략 과제로 올라섰다는 의미다. 공청회에서 제기된 핵심 우려도 분명했다. 국방반도체는 무기체계의 성능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인데, 높은 해외 의존도와 소량 다품종 생산 구조 때문에 상시적인 수급 불안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국방반도체가 더 어려운 이유는 군수품 특유의 조건 때문이다. 민수용 칩은 빠르게 설계하고 대량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방반도체는 극한 온도와 충격, 전자파 간섭, 장기 저장, 긴 수명주기를 견뎌야 한다. 한 번 무기체계에 탑재되면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같은 성능과 정비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시장은 작고 품목은 많으며 인증과 신뢰성 기준은 높다. 민간 반도체 시장의 속도와 가격 경쟁 논리만으로는 안정적인 군수 공급망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민간 반도체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 제조 인프라와 양산 역량을 갖췄다. 결국 해법은 방산용 생태계를 처음부터 따로 새로 짓는 데 있기보다, 이미 강한 민간 반도체 역량을 군용 수요와 제도, 장기 발주 체계에 제대로 연결하는 데 있다. 법안이 설계·공정·패키징·군용 전환 기술 개발, 공급망 관리, 기반 시설 지원 등을 함께 담은 것도 이런 문제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천궁-Ⅱ가 실전에서 보여준 성과를 보면, 그것은 분명 K방산 기술력이 세계 정상권에 근접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그 천궁-Ⅱ조차 핵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오래 버틸 수 없다. 결국 K방산의 진짜 승부는 포와 장갑, 엔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칩에서 갈린다. 누가 더 정밀하게 보고, 더 빠르게 계산하고, 더 안정적으로 버티고, 더 오래 공급할 수 있느냐가 현대전의 성패를 가른다. 국방반도체를 키우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K방산의 미래를 지키는 최소 조건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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