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터 철강까지 ‘원가 사수’ 총력전…3高 악재 속 생존형 자구책 가동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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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로 산업계는 일단 최악의 파국은 면했다는 안도감을 보이면서도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14일이라는 기간이 글로벌 물류망을 정상화하기에 물리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오늘 당장 재개된다 해도 분쟁 기간 적체된 선박들의 병목 현상과 입항 대기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원료가 공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최소 1개월 이상의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조건부 유예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이란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2주 뒤 다시 해협이 닫히거나 군사적 충돌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전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전쟁 위험 보험료와 급등한 선박 운임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표면적인 유가 하락이 곧바로 기업의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은 불확실성에 따른 비상 대응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 업계는 핵심 원재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카타르발 헬륨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특수 가스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생산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단순한 재고 확보를 넘어 수입선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과 동유럽 등 대체 공급처와의 단기 공급 계약을 검토하는 한편 공정 내 헬륨 재활용 시스템의 가동률을 극대화해 외부 수급 불안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는 물류 정상화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행 수출 노선의 병목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홍해와 호르무즈를 잇는 지정학적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추가 물류비 지출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강과 에너지 업계도 원가 하락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고환율 기조 속에서 원재료 조달처 다변화와 비용 구조 효율화 등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가 당장 개방된다고 해도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위기는 단순히 해상 통로가 막힌 수준을 넘어 중동의 에너지 생산 시설 자체가 물리적으로 파괴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된다고 해도 카타르 LNG 플랜트처럼 파괴된 생산 시설을 복구하고 정상화하는 데는 최소 수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와 산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충격에 대해서는 “현재 마땅한 대체 공급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1970년대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고물가와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기존의 수입선 다변화 전략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지금은 생존부터 해야 하는 상황으로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과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원전 재가동과 심지어 석탄 발전까지 모든 가용 에너지원을 총동원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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