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지형 재편 속 깊어지는 고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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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첨단제조 산업이 일본의 ‘사나에노믹스’와 중국의 ‘기술굴기’라는 두 국가 전략 사이에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가 산업 지형 자체를 다시 짜는 흐름 속에서 한국 제조업의 입지와 생존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산업은 단순한 기술 격차 축소를 넘어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 시장 지배력 전반에서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은 가격과 생산능력으로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고 일본은 국가 주도 투자와 첨단기술로 위에서 압박하는 형국이다. 오는 2030년경에는 한·중·일의 주력 산업이 첨단 분야 곳곳에서 정면충돌하는 직접 경쟁 구도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먼저 일본의 사나에노믹스는 단순한 경기부양책과는 결이 다르다. 아베노믹스가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나에노믹스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조선, 방위산업, 디지털·사이버보안 등 전략 분야에 재정과 정책 지원을 집중해 일본 산업 기반과 제조업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일본 정부는 이런 기조 아래 17개 성장 전략 분야에 대한 민관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AI·반도체 분야에는 2030회계연도까지 7년간 10조엔 이상을 공적 지원하는 틀을 마련했다.
사나에노믹스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라피더스 역시 일본의 첨단 제조업 재건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일본 정부는 이미 라피더스에 1조엔에 가까운 보조금 지원 틀을 마련했고 지난 2월에는 정부와 민간이 2676억엔을 추가로 투입했다. 차세대 반도체를 경제 안보와 기술 주권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일본의 전략이 집약된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는 “사나에노믹스는 단순히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는 정책이 아니라 일본이 국가 주도로 산업을 다시 끌고 가겠다는 성격이 강하다”며 “첨단산업과 경제안보를 함께 묶고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 입장에선 더 부담스러운 흐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술굴기는 첨단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장기간 추진해온 국가 전략이다. 중심에는 지난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가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반도체, 로봇, 신에너지차, 신소재 등 핵심 산업을 정해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왔다.
기술굴기의 핵심은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구축에 있다. 중국은 연구개발, 생산, 부품 조달, 수요시장, 데이터, 플랫폼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자국 중심 구조를 빠르게 만들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 2025년까지 목표치인 20%를 넘어 지난 2024년 이미 45.3%를 기록했고 리튬배터리 산업도 소재부터 장비까지 국산화 수준을 빠르게 높였다. 자율주행과 AI 역시 방대한 내수와 데이터 축적을 발판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한국 산업의 위기는 단순히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버텨온 산업 생태계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본과 중국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는 만큼 한국도 업종별로 대응 전략을 더 세밀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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