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증시훈풍에 대기업 주가 급상승… 코스피∙코스닥, 역대급 현금배당
금융당국, 동전주 퇴출에 승강제 실시… 중소기업 종목 퇴출 압박 현실화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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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지수 상승과 실물경제 간 괴리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후 2시 17분 기준 6372.18을 가리키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상승 견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 전체의 40%를 넘어섰다. 단일 산업군이 시장을 지배하는 수준이다. 이는 지수 자체가 특정 업종의 가격 변동에 종속됐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은 역대 최대규모 현금배당도 실시했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법인 총 56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당금은 35조1000억원으로 전년(30조3000억원) 대비 15.5% 증가했다. 코스닥의 경우, 666개사의 총 배당금은 3조1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34.8% 상승했다.
문제는 이 ‘불장’ 기조가 산업 전체가 아닌 극히 일부 종목에 한정됐단 점이다. 실제 이날 오전 기준 △삼성전자는 1.98% △SK하이닉스 4.29% △현대차 1.90% △LG에너지솔루션은 5.01% 상승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투자자별로 살펴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742억원, 141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내수 중심 중소기업들은 증시 훈풍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중동사태 여파와 고금리, 원가 상승, 소비 위축 등 악재에 직면한 상태다. 중소기업 현장에선 “증시는 오르지만 우리와는 무관한 강 건너 불장”이라는 성토가 나온다. 대기업의 핵심 협력업체마저 원청의 호재엔 반응하지 못하고 악재에만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협력사 일부는 최근 주가 1000원대 이하를 유지 중이거나 거래가 정지됐다.
전통 내수 산업은 더 허덕이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으로 교육, 유아용품, 결혼·출산, 대형마트 등 인구수에 기대는 업종은 주가 상승은 커녕 성장 동력마저 소실했다. 특히 교육과 유통산업은 줄어든 수요를 보전하기 위해 그나마 남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해 물가 상승 악순환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은 증권가 훈풍을 하위 기업에게 나눠주는게 아니라 선두권만 가려내고 하위권은 처내는 초강수를 뒀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에 대한 퇴출 규정을 신설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구분하고, 기업을 단계별로 이동시키는 ‘승강형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고강도 규제에 하위권 기업에겐 ‘저성장 기업’이란 인식이 박힐 수 있고, 기업 간 위계가 고착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목표라고 설명했지만, 주주 사이에선 사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금융당국의 표적이 된 일부 기업은 주가가 하락하거나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부실기업 낙인이 찍혔다. 재무 상태가 건전해도 비인기 업종 특성 및 주식 발행 수가 적어 주가가 낮은 기업까지 이런 부류에 묶여 퇴출당할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됐다.
한 의료AI 기업 관계자는 “똑같은 AI임에도 반도체 관련 주는 폭증하고, 의료AI 분야는 이전과 큰 차이 없는 것을 보면 현재의 현재의 불장 기조는 결국 특정 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도출된 ‘편중 성장’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코스닥 3000시대 목표도 제시했지만, 지금 아직 1000대다. 물론 1년 전과 비교해 60%이상 올랐으니 고성장했다고 볼 순 있지만, 실상은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관련 소부장 기업들의 성과로 맺어진 결실이다. 코스닥이 주로 중소기업으로 구성됐단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주식시장은 극단적으로 대기업에 몰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AI 관련 산업이 위축되면 국내 전체 투자 동력이 감소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등 투자분석 전문가 모두 올해 주식 동향에 대해 ‘AI 버블’ 위험성을 강조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지수레벨이 높아진만큼 미-중갈등재점화, AI 버블논란, 인플레이션 고착화, 원화 약세 지속 등 매크로 변수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 있는 국면이 빈번할 수 있다”고 투자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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