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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중동전쟁부터 유가 폭등까지, 위기의 시대에 포털은 왜 필요한가

국제유가 동향,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 주유소별 실시간 가격, 휘발유 가격 전망까지 네이버 검색창... 네이버 뉴스는 2000년 5월 15개 언론사의 뉴스 통합 검색 서비스로 출발해 25년 만에 한국 뉴스 소비 구조의...

[기획] 중동전쟁부터 유가 폭등까지, 위기의 시대에 포털은 왜 필요한가

453개 언론사, 일 2만5000건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분류하고 전달하는 정보 인프라

AI 검색 전환 속에서 포털의 공적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감신문] 김충식 기자=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유가가 폭등하고, 환율이 출렁이던 3월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직장인 김모 씨(38)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상황을 파악했다. 국제유가 동향,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 주유소별 실시간 가격, 휘발유 가격 전망까지 네이버 검색창 하나에서 시작해 10분 만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그가 직접 방문한 언론사 홈페이지는 없었다. 453개 언론사가 하루 평균 2만5000건 이상 쏟아내는 기사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속보와 해설을 실시간으로 큐레이션하는 플랫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경험이다. 한국 사회에서 포털이 단순한 검색 엔진을 넘어 공적 정보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위기의 순간마다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네이버 뉴스는 2000년 5월 15개 언론사의 뉴스 통합 검색 서비스로 출발해 25년 만에 한국 뉴스 소비 구조의 중심축이 됐다. 현재 제휴 언론사 수는 453개 이상이며, 67개 매체의 편집판이 운영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개별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좌에서 우까지, 종합지에서 전문지까지 다양한 시각의 보도를 비교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구조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구글 뉴스가 헤드라인 수준의 링크를 제공하는 데 그치고, 이용자가 원문을 보려면 각 언론사의 유료 구독벽을 넘어야 한다.

반면 한국의 포털 뉴스 모델은 기사 전문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광고 수익을 언론사에 배분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기존의 전재료 모델을 폐지하고, 뉴스 지면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전액을 언론사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언론사 편집판 내 기사 본문, 중간 광고, 하단 광고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영업권을 언론사가 직접 갖는 구조다.

이 모델이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트래픽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가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 제목과 어뷰징을 양산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포털이 사실상의 편집권을 행사한다는 언론계의 불만도 해묵은 쟁점이다. 그러나 포털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이 비율은 지난 1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만약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면 대다수 국민은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포털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뉴스 링크가 아니라, 팩트체크 시스템과 어뷰징 필터링, 댓글 정화 알고리즘, 구독 기반 개인화 서비스를 포함한 뉴스 생태계 전체의 운영 인프라다.

중동전쟁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포털의 공적 기능은 더욱 부각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가 폭등, 환율 급등, 추경 편성, 차량 5부제, 전기요금 개편 등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역할을 포털이 담당하고 있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 데이터는 유가, 환율, 금값 등 경제 지표를 별도의 금융 앱 없이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며, 뉴스 섹션의 특집 페이지는 분산된 보도를 하나의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재난 상황에서의 정보 집약 기능은 개별 언론사의 홈페이지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규모의 경제다.

주목할 것은 네이버가 AI 전환을 통해 이 공적 기능을 한 단계 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부터 전면 적용한 AI 검색 서비스인 AI 브리핑은 이용자가 입력한 질문에 대해 복수의 뉴스 소스를 종합해 요약 답변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현재 통합 검색 쿼리의 20퍼센트까지 AI 브리핑이 적용됐으며, 15글자 이상의 구체적인 질문, 이른바 롱테일 쿼리가 서비스 출시 초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자들이 단순한 키워드 검색을 넘어 맥락을 포함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포털의 역할이 정보의 나열에서 정보의 해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AI와 뉴스의 결합은 새로운 갈등도 낳고 있다. 네이버가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상파 3사의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에 활용했다는 저작권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방송 3사는 뉴스 콘텐츠가 경제적 가치를 가진 저작물이라고 주장하고, 네이버 측은 뉴스의 저작권 보호 범위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쟁점은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와 언론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적 갈등의 한국판이다. 구글과 오픈AI도 유사한 소송에 직면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AI 시대에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보상할 것인가라는 산업 전체의 과제로 귀결된다.

이 갈등이 존재함에도 포털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네이버는 2025년 뉴스제휴위원회 정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제휴 심사 체계를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23년 5월 기존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가 운영을 중단한 지 2년여 만의 재개로, 학계와 법조계, 언론계, 정당 추천 인사 등 11명의 위원이 위촉됐다. 어뷰징 기사를 걸러내고, 양질의 저널리즘에 더 많은 노출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휴 기준을 재설계하겠다는 취지다. LLM 기술을 활용한 악성 댓글 필터링과 어뷰징 탐지 역량도 강화되고 있다. 포털이 가진 최첨단 기술력을 뉴스 품질 관리에 적극 투입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재정적으로도 포털 뉴스 생태계의 규모는 무시할 수 없다. 네이버의 2025년 연간 매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서치플랫폼 부문의 분기 매출만 1조 원을 넘겼다. AI가 광고 매출 증가에 기여한 비중이 55퍼센트에 달하면서, AI 검색이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실질적인 수익 엔진으로 자리잡았음이 확인됐다. 이 수익 구조 안에서 언론사에 배분되는 광고 수익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 언론사 편집판의 총 구독자 수는 약 2800만 명에 달하며, 500만 구독자를 넘긴 언론사만 YTN, JTBC, MBC, SBS 등 9개사에 이른다. 이 숫자는 개별 언론사가 자체 플랫폼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규모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포털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가 검색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이용자들이 포털을 거치지 않고 직접 AI에게 질문하는 패턴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가 AI 브리핑과 AI 탭 출시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대화형 AI는 출처 검증과 팩트체크에서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소스와 연결된 포털형 AI 검색이 갖는 강점은 오히려 허위 정보가 범람하는 환경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포털이 단순한 트래픽 중개자를 넘어 신뢰의 인프라로 진화할 수 있느냐가 향후 10년의 과제인 셈이다.

국회에서도 종이 공보물의 디지털 전환 논의가 시작되고, 정부의 재난 정보 전달 체계에서 포털의 역할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면, 포털은 이미 민간 기업의 서비스를 넘어 사회적 인프라의 성격을 띠고 있다. 문제는 이 인프라의 공적 책임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있다. 디지털 미디어 정책을 연구하는 서울 소재 대학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포털이 뉴스의 유통과 소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은 타당하지만, 그 독점적 지위가 만들어낸 정보 접근성의 민주화 효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포털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되, 포털 없는 뉴스 생태계가 과연 더 나은 대안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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