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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금도체 ‘원가 폭탄’

반도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7월 칩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기획]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금도체 ‘원가 폭탄’

칩플레이션에 AI 공급망 ‘흔들’

해외 유리섬유·웨이퍼 가격 조정

AI서버 수요에 원재료 연쇄 상승

PC 등 디바이스 소비자가 영향

반도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7월 칩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 제조사들은 물론 핵심 원재료 업체들까지 공급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여기에 AI용 반도체 생산 확대에 따른 범용 메모리 공급 감소까지 겹치면서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오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더 가파르게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PC와 스마트폰, 태블릿은 물론 최근 AI 등 IT 기술 적용 비율이 늘고 있는 TV와 자동차 등 거의 모든 디바이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킨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역대급 ‘칩플레이션’(Chipflation)이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유리섬유 업체 풀텍은 최근 전자용 유리섬유 가격을 최대 30% 인상했다. 대만 에피웨이퍼 업체 브이펙도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해 제품 가격 조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니토보 역시 AI 서버용 저유전율 유리섬유 가격을 올해 30% 인상하는 등 AI 반도체 핵심 소재 전반에 가격 인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니토보의 저유전율 유리섬유는 AI 서버용 고성능 기판의 핵심 소재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이들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리섬유는 AI 서버용 인쇄회로기판(PCB)과 반도체 패키지기판의 핵심 절연 소재이며, 에피웨이퍼는 광통신 칩과 전력반도체 등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관련 소재 가격도 잇따라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유리섬유 가격 상승은 AI 반도체용 패키지기판과 서버용 PCB를 생산하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사용하는 다른 핵심 소재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핵심 원재료인 동박적층판(CCL)과 프리프레그(PP)의 2025년 1분기 평균가격은 2024년보다 11.0% 상승했으며, 올해 1분기 평균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AI 반도체용 기판과 부품 가격 상승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소재부터 시작해 공급망 전반으로 비용 부담이 확산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6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로 전월(20달러)보다 5% 상승했다. 2016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메모리카드와 USB 등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28.8달러로 전달(26.5달러)보다 8.7% 오르며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7월 이후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의 모회사인 트렌드포스는 주요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7~8월에도 PC용 D램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하며 서로의 가격 정책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전분기 대비 8~13%에서 15~20%로 상향 조정했다. 4분기 전망치도 기존 0~5%에서 3~8%로 높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PC와 모바일용 범용 D램 공급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이 같은 메모리 가격 상승은 소비자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다른 디바이스 제조업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IT제품 제조업체들은 AI 경쟁이 붙으면서 반도체 탑재 비율을 높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TV 제조원가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2.5~3% 수준에서 최근 6~7%까지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노트북 역시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첨단 칩 확보에 사활을 건 AI 반도체 경쟁은 이제 메모리와 기판, 원재료까지 공급망 전반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되는 한 메모리와 핵심 소재의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칩플레이션 우려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정호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마케팅담당 상무는 지난 5월 열린 미디어 테크데이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계속 프리미엄화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은 메모리 가격 인상까지 겹쳐 원가 부담이 크게 커졌고 생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가격 급등이 심화하면서 PC·게임·스마트폰 등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촉발하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이 대두됐다”며 “칩플레이션의 본질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비탄력적 수요의 방증으로, 메모리 병목은 짧은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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