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획] 노조 전선 확장…사업장 넘어 원청·그룹으로

삼성전자에서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실적 전망에 맞는 정당한 보상과 보상체계 개편을 촉구했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실적 전망의 현실화와 그에 맞는 정당한 보상을...

[기획] 노조 전선 확장…사업장 넘어 원청·그룹으로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가 지난 10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 이후 공동요구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공동요구안에는 임금피크제 폐지, 40년 장기근속 포상 신설, 복리 후생 상향 요구 등이 담겼다. 사진=송호길 기자

| 뉴스워치= 송호길 기자 | 최근 노조 전선이 사업장 단위를 넘어 원청과 그룹 본사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하청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계열사 노조들은 그룹 본사를 향해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하는 양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10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회사인 한화를 향해 임금피크제 폐지와 장기근속 포상 신설, 복리후생 개선 등 공동요구안 수용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약속 이행 문제도 제기하며 그룹 차원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한화노협은 한화생명,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11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는 연대 기구다. 계열사별 사안처럼 보이는 문제를 그룹 본사 앞으로 끌고 나왔다는 점에서 최근 노조가 교섭 상대를 실질 결정권자로 상향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날 김명기 한화노협 의장은 현장 발언에서 회사가 계열사 독립 경영”이라는 변명 뒤에 숨어 노사관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오는 24일까지 우리의 요구에 대해 분명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이번에도 대화를 회피한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노협 사례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의 직접 적용 사례는 아니지만, 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 전반에서 확산하는 '실질 사용자' 문제의식과는 맞닿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 첫 한 달인 지난 3월10일부터 4월9일까지 전국 372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1011개 하청노조·지부·지회가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한 원청은 33곳,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까지 이른 곳은 19곳이다. 노동부는 이를 두고 “제도가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안착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사례를 보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8일 포스코 하청노조들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한국노총 금속노련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플랜트건설노조의 교섭단위를 각각 분리하라고 결정했다. 대기업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다. 이는 노사 갈등의 초점이 하청업체와의 분쟁에서 원청이 직접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문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전선 확장은 원·하청 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에서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실적 전망에 맞는 정당한 보상과 보상체계 개편을 촉구했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실적 전망의 현실화와 그에 맞는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며 "성과급 상한 폐지와 명확한 제도 확립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일회성 보상 요구를 넘어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종합 반도체 시너지를 반영한 보상체계 개편까지 요구한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또 사측이 제시한 매도제한 자사주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조합원의 재산권 제약과 보상 왜곡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오는 23일 투쟁 결의대회에 결집하겠다고 밝히며 후속 행동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창사 이후 첫 파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같은 기업 내부 노사 갈등이라도 이제는 임단협을 넘어 교섭 태도와 권한 범위, 쟁의의 한계를 둘러싼 구조적 충돌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노조 움직임은 교섭 상대의 상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노협은 그룹 본사를, 하청노조는 원청을, 대기업 내부 노조는 노동위원회와 법원 등 제도 공간으로도 전선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노조법 개정의 취지와 별개로, 산업별 생산 방식과 고용 구조 차이를 제도 설계에 얼마나 반영할지를 두고는 현장의 시각이 엇갈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처럼 고정 사업장 중심의 업종과 달리 건설·조선 등은 현장 단위 사업, 다층 하도급, 공정별 분절 구조가 강해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단위 설정에서 별도의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산업별 차이를 반영한 세부 기준은 필요하지만, 그 논의가 사용자 책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체가 있다면 업종과 관계없이 그에 맞는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호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