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획] 노란봉투법 시행 후폭풍…기업들 '사용자성' 촉각 (상)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온)는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의 고용 불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질 사용자인 카카오가 고용 안정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노조측의...

[기획] 노란봉투법 시행 후폭풍…기업들 '사용자성' 촉각 (상)

-453개 하청노조 10만 명, 교섭 요구

-비정규직 노동자와 직접 교섭 요구

-양대노총, 공동 집회 열고 “솔선수범” 압박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를 마치고 행진하고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가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뒤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법 시행 이틀 만에 하청노조 453곳, 조합원 9만8480명이 248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으로,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은주 정의당 전 의원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이 법은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에서 유래한 ‘노란봉투 모금’ 운동에서 이름이 붙었다. 파업 노동자들이 고액 손해배상 청구로 고통받자, 노동계가 사용자 책임 강화와 배상 제한을 요구하며 법 개정을 추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알티케이뉴스 DB

윤석열 정부 시절 두 차례 국회 통과에도 대통령 거부권으로 좌절됐으나, 2025년 4월 조기 대선 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1호 노동 입법으로 재추진됐다. 2025년 8월 국회 본회의 통과 후 6개월 유예 끝에 지난 10일 시행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틀(10~11일) 만에 453개 하청 노조 10만 명이 현대차·포스코 등 248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 이 중 교섭 요구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한 원청은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부산교통공사, 경기 화성시, 대방건설 등 6곳으로 파악됐다. 교섭 요구 사실 공고는 법적 판단 없이 교섭에 응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머지 242개 원청은 대부분 ‘회사가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노동위 판단을 받아볼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현직 국회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노란봉투법 정기국회 중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남기두 기자

이번 개정법에서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쟁점은 ‘사용자 범위 확대’이다. 개정법은 직접적인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처럼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의 지배력이 인정되면 하청노조가 직접 교섭 요구 가능하다.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해 임금 협상뿐만 아니라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 경영상의 결정 사항도 정당한 파업(쟁의행위)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 제도도 바뀐다. 앞으로는 법원이 노조 내 역할, 쟁의행위 참여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해 책임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법 시행 후 이틀간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39건에 달했다. 이 절차는 최대 30일 걸리며 교섭단위 분리 이후에는 해당 교섭단위에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한 뒤 원청과 교섭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교섭 요구와 달리 실제 시정 요구가 제기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먼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를 ‘진짜 사장’으로 지목하며 교섭 공세에 나서는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하청 노조도 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 대통령실 사진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가운데 정부에 대한 ‘사용자성 판단’이 시험대에 올랐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기관 정책 추진을 규탄하며 공공부문 노정교섭의 제도화를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를 ‘진짜 사장’으로 지목하고 노정교섭 제도화를 위한 양대노총 공동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노조는 “공공기관의 임금, 인력, 조직 운영 등 핵심 노동조건은 정부 정책과 예산에 의해 사실상 결정되는데 노동자의 참여와 대정부 교섭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를 대상으로 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 등 돌봄 노동자들과의 교섭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요양보호사, 유치원 교사 등 국내 돌봄노동자는 최대 2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앞서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세 부처 장관을 원청 사용자로 지목하며 교섭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노동계는 친노동 성향의 현 정부가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교섭하고 노동자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사례가 나오면 민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16일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알티케이뉴스 남기두 기자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에서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도 포괄적인 운영상 재량이 있고,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이 인정되는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노란봉투법 해석 지침은 국회나 법률에서 정한 예산과 근로조건을 정부가 집행하는 경우 교섭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의 사용자성에 대해 노동위원회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산업계도 하청 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16일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와 함께 사측을 대상으로 공동교섭에 응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타이어와 같은 한국앤컴퍼니그룹 계열 한온시스템도 원·하청 노조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한온시스템지회는 한온시스템사내하청지회와 함께 하청 교섭 요구에 응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사측에 보냈다. 앞서 이미 회사가 교섭에 응한 HD현대중공업 역시 원·하청 노조가 공동 공문을 전달했다.

현재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소속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원청은 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HD현대중공업, 한국지엠, LX하우시스, 에코플라스틱 등 16곳에 달했다.

자회사가 많은 IT 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온)는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의 고용 불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질 사용자인 카카오가 고용 안정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본지에 “법 시행 직후부터 원·하청 간 교섭 요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사용자성 해석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교섭에 나서기는 쉽지 안다”며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축적돼야 산업 현장의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

English

中文

日本語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RTK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