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에이전틱 AI(Agentic AI)'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가 대화형 탐색 서비스인 'AI탭'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데 이어, 카카오는 자체 모델 고도화를 거친 '카나나 2.5'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양사는 수십 년간 축적한 로컬 데이터와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를 무기로 글로벌 대화형 AI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꾀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내부 서비스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카카오는 외부 도구와의 실행력 확장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뉴스워치>가 '카나나 인 카카오톡'과 '네이버 AI탭'을 일상 속에서 직접 사용해 보며, AI 에이전트가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의 가능성과 양사의 장단점을 짚어봤다._편집자주
이미지=제미나이
| 뉴스워치= 최수아 기자 | 지난 3월 17일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카나나 인 카카오톡(이하 카나나)'은 '전국민을 위한 AI 에이전트'를 표방한다. 카나나는 대화 맥락에서 이용자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예약과 결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의 검색 요구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채팅방 안에서 바로 확인하게 해주며, 마치 지인과 카톡을 주고받듯 자연스러운 대화 환경을 구축하고자 했다.
카카오는 그간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카카오맵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이용자가 카카오 플랫폼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슈퍼 앱’ 생태계를 구상해 왔다.
기자가 직접 카나나를 사용해 본 결과, '대화형 AI'를 지향함에도 실제로는 '명령형'에 가까운 인상을 받았다. 상세하고 긴 문장으로 지시해야만 의도를 정확히 이해한다는 점이 다소 불편했다. 특히 단체 대화방 등에서 'N월 N일', '저녁 7시', '여의도' 등 정보를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보낼 경우 이를 하나의 맥락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일정 확인 요청 시 정보를 누락하거나, 이전 정보를 잘못 기억해 엉뚱한 위치의 식당을 추천하는 등 정보 처리의 한계도 보였다.
지난 24일 개최된 '2026월드IT쇼'에서 카카오가 관람객들에게 카나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모습이다. 사진=최수아 기자
장소 찾기 기능 역시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카카오 예약'이 바로 연결되는 곳도 있었지만, 별도의 안내 없이 개별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하는 식당을 추천하는 경우가 잦았다. 또한 "여의도역 근처 애견 미용샵 가격"과 같은 세부 요청에는 답변 내용이 부실했다. 다만, 장소 확인 시 즉시 카카오맵으로 연결돼 리뷰와 사진,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매우 편리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와의 연동은 가장 만족스러운 지점이었다. 이미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조건에 맞는 선물을 추려 추천해 주고, 즉시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은 실용성이 높았다.
가장 큰 피로감은 불필요하게 긴 답변에서 왔다. 같은 정보를 반복하거나 수식어가 지나치게 많아, 화면 스크롤을 두 번이나 내려야 할 정도로 답변이 길었다. "식당 A를 예약해 줘"라는 간단한 요구에도 식당 정보를 장황하게 나열하는 등 간결성과 가독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8일 기준 대화 횟수가 1시간당 30회로 제한 자유로운 이용에 제약이 있었다. 현재 카나나는 서비스 정확도를 높이는 고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카나나가 이용자들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토대로 요약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먼저 '선톡'을 하는 모습이다. 스크린샷=최수아 기자
이러한 초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올해 '에이전틱 AI(Agentic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1분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실현했다"며 "5000만 이용자가 쓰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자체 모델인 '카나나' 외에도 MCP(Model Context Protocol) 기반의 개방형 플랫폼 'PlayMCP'를 통해 외부 AI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최근 오픈소스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 연동을 지원하며 개발자들이 카카오톡, 멜론, 카카오맵 등 다양한 도구를 직접 연결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체 기술인 '카나나'로 사용자 경험을 직접 챙기는 동시에, 외부 AI가 카카오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개방형 생태계' 전략을 병행하는 셈이다. 카카오가 꿈꾸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AI 생태계'가 사용자들의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네이버 AI탭 시작 화면과 서비스 진입점.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28일 서비스를 시작한 AI 탭은 통합검색, 쇼핑, 플레이스, 리뷰 등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의 AI 도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존 'AI 브리핑'이 검색 결과 상단에 핵심 답변과 추천 콘텐츠를 요출해 빠른 정보 파악을 도왔다면, 이번에 출시된 AI 탭은 검색창 옆 버튼을 통해 대화창에 직접 진입하는 방식이다. AI가 검색 결과를 요약해 보여주고, 사용자가 대화하듯 후속 질문을 이어가며 탐색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결국 핵심 정리 위주의 AI 브리핑과 대화형 흐름을 통해 조건을 좁혀가는 AI 탭이 상호 보완하는 구조다. 단발성 질문에 대한 핵심 파악은 AI 브리핑이 유리하지만, 여러 후보를 비교하거나 조건을 변경하며 대안을 찾기에는 AI 탭이 훨씬 유용했다. 기자는 AI 탭으로 후보군을 빠르게 압축한 뒤, AI 브리핑이 제공하는 출처 링크를 통해 세부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정보 탐색이 가능했다.
네이버 AI탭에 '여의도 근처 애견미용샵 위치·예약·주차·가격·후기' 등을 질문하자, 조건에 맞는 정보를 간단히 정리해 제공해주는 모습이다. 스크린샷=최수아 기자
장소 검색 측면에서는 네이버 지도 및 예약 시스템과의 매끄러운 연동이 돋보였다. 답변이 장황하거나 정보 전달이 불투명했던 경쟁 서비스 카나나와 달리, 네이버 AI 탭은 깔끔한 레이아웃으로 정보를 전달했다. 추천하는 가게의 수가 훨씬 많았을 뿐만 아니라 주차 가능 여부, 운영 시간, 단체 이용, 가성비 등 세부 정보량도 풍부했다.
특히 식당 외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았다. '애견 미용샵' 검색 시 기본적인 매장 정보부터 상세 서비스 내용까지 풍부하게 제공됐다. 쇼핑 기능 역시 만족스러웠다. 추천받은 선물을 클릭하면 별도의 창 이동 없이 네이버페이로 즉시 구매가 가능했다. 모바일 대화창에 국한된 서비스와 달리, PC에서도 넓은 화면을 통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월 4900원의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만 서비스가 제한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네이버 측은 조만간 전체 이용자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현재는 충성 고객만을 대상으로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기존에 구글 검색이나 지도 위주의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던 사용자라면 네이버의 생태계에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실제로 기자는 AI 탭 사용 과정에서 네이버페이를 새로 등록하고 쇼핑·예약 등 네이버 고유의 인터페이스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네이버가 기존 외부 서비스 이용자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사 AI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향후 서비스 안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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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서비스와 같은 '만능 생성형 AI'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AI는 철저히 '한국형 로컬 보조 툴'로서 그 장단점이 명확하며, 특정 영역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글로벌 거대언어모델(LLM)은 정보의 최신성이 떨어지거나 한국의 로컬 정보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약 30년간 검색 강자로 군림한 네이버와 전국민의 메신저 카카오는 해외 AI로선 쉽게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데이터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쇼핑 기능을 예로 들면, 해외 AI는 상품을 추상적으로 추천하는 데 그치지만, 국내 AI는 현재 판매 중인 실제 매물을 검토해 즉시 결제까지 연결하는 '원스톱' 경험을 제공한다.
모델 자체의 원천 성능은 글로벌 서비스에 비해 아쉬울 수 있으나, '한국인 맞춤형 데이터'를 활용한 실용성만큼은 확실한 강점이 있다. 기술 격차는 데이터가 쌓이며 빠르게 좁혀질 수 있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로컬 데이터의 깊이는 기술만으로는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가 양사 AI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편리했던 점은 구매 여정의 단축이다. 기존에는 식당 하나를 찾기 위해 영업시간, 메뉴, 가격, 인테리어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애견 동반 여부'나 '유모차 반입 가능 여부' 같은 세세한 조건까지 한 화면에서 확인해 주기에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챗GPT가 정보의 최종 확인을 사용자에게 맡기는 것과 달리, 국내 AI는 정보 확인부터 구매까지 '원패스(One-pass)'로 해결해 준다. 이러한 유용성과 편리성이야말로 로컬 AI가 지닌 진정한 강점이다.
최근 라인야후 사태를 통해 자국 플랫폼 보유가 안보와 경제, 국가적 위상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됐다. 해외 플랫폼의 공세로 국내 점유율이 위협받고,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해외 플랫폼 유출 현상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선택한 '로컬 공략'은 영리한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콘텐츠 소비를 위해 자동 번역 기능을 강화한 트위터처럼 외부와의 연결도 중요하지만, 한국인끼리 검증한 데이터와 밀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는 결코 해외 플랫폼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러한 서비스들이 글로벌 플랫폼 대비 확실한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AI의 추천을 넘어 실제 결제와 실행까지 주도하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완벽히 구현야 한다고 평가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플랫폼 사의 노력이 유의미한 사용자 경험 개선으로 이어져, 성공적인 'AI 출구 전략'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수아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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