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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공급망·환율·유가 동시 압박…중소 제조업 '버티기 한계'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약 11% 상승해 톤당 3498달러 수준까지 올랐고, 반도체... 반도체 공정에서 대체가 어려운 브롬화수소가스, 천연가스 부산물로 생산되는 헬륨 등 핵심 소재는 일정 수준...

[기획] 공급망·환율·유가 동시 압박…중소 제조업 '버티기 한계'

납품단가 연동제 작동률 60% 미만…현장선 유명무실

고용지원·재정 투입 확대에도 내수형 제조업은 사각지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3일 충청북도 충주시 (주)아우딘퓨쳐스에서 열린 중동 전쟁 관련 K-뷰티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과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제공.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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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장기화로 촉발된 유가·환율·공급망 충격이 중소 제조업의 취약한 수익구조를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5% 수준이다. 원가가 3%만 상승해도 손익분기점이 무너지는 구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00원에 근접한 상태를 유지하고, 중동발 유가 상승과 해상 물류 차질이 겹치면서 수입 원자재 단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비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되지 못하는 거래 구조로, 손실은 협력 중소업체에 집중된다. 원자재 가격 변동 시 납품단가를 조정하도록 설계된 납품대금 연동제는 시행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실제 현장 체결률은 60% 초반에 그치며 제도적 보호의 공백이 여전히 크다.

환율 리스크 방어 수단도 부족하다. 중소기업 87.9%가 환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환율이 1% 상승할 경우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한다. 낮은 이익률을 고려하면 직접적인 손익 악화로 이어지는 수준이다. 특히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 기업일수록 충격은 즉각 반영된다.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됐다.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약 11% 상승해 톤당 3498달러 수준까지 올랐고,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가격은 50% 가까이 급등했다. 황산 가격 역시 1년 사이 두 배 이상 상승하며 화학·비료·배터리 산업 전반에 비용 압박을 전이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이 황산 수출 제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급망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된다.

공급망 집중도는 이번 사태의 리스크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액화 브롬 수입의 97.5%가 이스라엘에 집중돼 있고, 헬륨은 카타르 의존도가 64.7%에 달한다. 암모니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비중이 약 40%, 요소는 카타르·사우디산이 34.5%를 차지하는 등 주요 기초소재가 특정 지역에 편중된 구조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될 경우 해상 운송 차질이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현장은 사실상 패닉에 빠졌다. 한 식품 제조업체는 포장재 가격이 30% 이상 급등하자 사무공간까지 활용해 재고를 쌓아두는 대응에 나섰다. 비닐, 플라스틱 용기, 페트병 등 석유화학 기반 포장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 생산 계획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발주 가능한 물량을 최대한 선확보하고 있지만, 주문 대비 실제 입고량은 20%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 역시 유사한 충격을 받고 있다. 원료와 포장재 수급 차질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의 납기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물류비 상승과 운송 지연이 겹치면서 수출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동 및 CIS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계약 취소·보류에 따른 재고 부담까지 떠안으며 유동성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원료뿐 아니라 용기 공급 지연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병목 현상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대체가 어려운 브롬화수소가스, 천연가스 부산물로 생산되는 헬륨 등 핵심 소재는 일정 수준 재고로 단기 대응이 가능하지만, 분쟁 장기화 시 공급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으나, 수개월 이상 상황이 지속될 경우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고용위기지역 지정 요건 완화와 고용유지지원금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매출 감소가 없더라도 고용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4000억 원대 추가경정예산도 투입되지만, 현장에서는 지원 요건과 대상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포장재·물류비 상승 등 간접 피해를 겪는 내수형 제조업체는 정책 체감도가 낮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기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보고 있다. 단순한 자금 지원이나 수입선 다변화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고, 핵심 품목 비축 확대와 공급망 재편, 납품단가 연동 구조의 실질적 작동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거래 관계에서 협상력이 낮은 중소 협력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비용 부담의 편중 현상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원자재와 부자재 수급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이 몇 달만 더 이어지면 생산 차질은 피할 수 없다”며 “납품단가에 원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중소 제조업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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