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산업정책 넘어 통상 변수로 확산
美 “디지털 규제도 차별”…韓 정책 설계 부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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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플랫폼 규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정책이 통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 경쟁 질서 확립과 이용자 보호를 목표로 한 규제 정책이, 자칫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조치로 해석될 경우 통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정책이 산업 정책을 넘어 통상 협의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19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국가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 규제를 통상 이슈로 올리면서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국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규제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기술 기업을 공격하는 국가들에 맞서겠다”면서 “디지털세, 디지털 서비스 관련 입법, 디지털 시장 규제는 모두 미국 기술을 해치거나 차별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별적 조치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해당 국가의 대미 수출에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핵심 기술과 반도체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미국의 기조는 한국의 정책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플랫폼 규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전 규제를 핵심으로 한다. 자사 서비스 우대 금지, 입점업체 보호 의무, 데이터 활용 제한 등 다양한 규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는 대상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국내 플랫폼 산업 구조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 상당수가 미국 기업인 만큼, 규제 적용 결과에 따라 ‘특정 국가 기업에 불리한 정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나 관행이 존재한다고 판단할 경우 통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차별적 정책을 문제 삼아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단으로, 디지털 정책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데이터 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통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주권을 이유로 한 데이터 이전 제한이나 활용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 운영과 데이터 처리에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조치를 디지털 교역을 제한하는 요소로 보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결국 국내 디지털 정책은 ‘공정 경쟁 확보’와 ‘통상 리스크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완화하고 이용자와 입점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책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해당 규제가 국제 통상 규범과 충돌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책 설계 방식에 따라 통상 리스크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규제 대상과 적용 기준이 특정 기업이나 국가를 직접 겨냥하는 형태로 해석될 경우 분쟁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반면, 기술 중립성과 적용 기준의 명확성을 확보할 경우 통상 충돌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정책 논의는 산업 정책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통상 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 규제가 국내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수단으로만 논의될 뿐, 국제 통상 환경에서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또한 디지털 정책을 둘러싼 국제 규범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각국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규제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동일한 정책도 국가별로 다른 해석과 대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통상 분쟁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구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해영 코딧 글로벌정책 실증 연구원 원장은 “플랫폼 규제나 데이터 정책은 이제 국내 산업 정책을 넘어 국제 통상 이슈로 연결되는 구조”라며 “입법 단계부터 통상 영향을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정책 시행 이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규제 대상과 적용 기준이 특정 기업을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통상 마찰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기술 중립성과 정책 설계의 정교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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