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브로커리지→플랫폼·인프라 사업자로
KDX·NXT에 코스콤 연합…유통 지도 그려져
신한·KB 중심 유통 전략…실적·인프라 동시에
발행 경쟁도 본격화…대형사 중심 선제 대응
토큰증권 일러스트 . [출처=연합뉴스]
토큰증권(STO) 제도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증권사들이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발행과 유통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빠르면 올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 STO 거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큰증권 개념과 제도화 핵심
STO는 주식, 채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등 기존 증권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구조다. 부동산, 미술품, 음악저작권, 의료기기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소액 투자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2023년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면서 제도화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올해 1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며 제도 기반이 마련됐다.
개정안은 △분산원장 기반 토큰증권 발행 허용 △증권사를 통한 투자계약증권 유통 허용을 핵심으로 한다. 해당 법안은 약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유통 시장 선점 경쟁…컨소시엄 중심 재편
제도화 이후 가장 빠르게 움직인 영역은 유통 인프라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토큰증권 장외 유통 플랫폼 예비인가 사업자로 한국거래소 중심의 KDX 컨소시엄과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 중심의 NXT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올해 4분기 STO 장외거래소 개장을 목표로 상장지수펀드(ETF)와 STO를 포함한 거래 대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 인프라가 복수 플랫폼 체제로 형성되면서 증권사들은 컨소시엄 참여 여부와 역할 분담을 중심으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유통 영역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신한투자증권은 넥스트레이드 및 주요 조각투자 사업자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분산원장 기반 유통 인프라 마련에 나섰다. 음악저작권, 부동산, 미술품, 축산물 등 다양한 자산 기반 사업자들과 사업 모델 공동 검토를 진행 중이다. 또 SK증권, LS증권과 함께 추진한 ‘프로젝트 PULSE’를 통해 한국예탁결제원 테스트베드 실증을 완료했다.
실적 측면에서도 선제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5년 한 해 동안 총 10건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계좌관리기관으로 참여하며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KB증권은 AI 디지털본부를 중심으로 STO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KDX 컨소시엄에 참여해 장외 유통시장 구축을 준비 중이다. 계좌관리 및 거래 연결 기능을 중심으로 유통 단계 역할을 검토하고 있다.
토큰증권 일러스트. [출처=연합뉴스]
■ 공동 플랫폼 전략…중소형 증권사 대응
중소형 증권사들은 공동 인프라 전략을 택했다. 키움, 대신, IBK, 유안타, BNK, DB, iM, 메리츠증권 등은 코스콤과 STO 공동 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고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독자 구축 대신 공동 인프라를 활용해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고 표준화된 시장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키움증권은 HTS·MTS 기반 개인 투자자 인지도 측면에서 초기 투자자 유입에 강점을 가질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키움증권은 KRX 컨소시엄 내 지분율 30% 이상의 최대주주다.
유안타증권은 STO 및 디지털자산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디지털자산 TF'를 조직해 운영 중이다. 전날에는 의료기기 조각투자 플랫폼 '한조각'을 운영하는 리턴플러스와 STO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증권은 프로젝트 PULSE에 참여해 블록체인 기반 조각투자 금융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1월에는 디지털자산 운용 플랫폼 '피스'(PIECE)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와 토큰증권 발행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
발행 영역에서는 대형 증권사들의 준비가 앞서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3년 업계 최초로 토큰증권 분산원장 인프라 구축과 시범 발행을 완료했다. NH투자증권은 ‘STO 비전그룹’을 통해 특수 자산 토큰화에 나섰고, KB증권은 신탁 기반 블록체인 자산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월 1000억 원 규모 디지털채권을 발행하며 발행 영역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였다. 또 미래에셋그룹은 지난달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 관련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며 유통 인프라 확보에도 나섰다. STO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각 증권사 CI [제공=각 사]
■ 증권사 수혜 기대…“브로커리지 확장 가능”
시장에서는 STO 제도화가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디지털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경우 증권사는 투자중개업자로서 브로커리지 영역 확장이 가능하다”며 “토큰증권 거래 플랫폼을 발행, 결제, 유통, 보관으로 나눠보면 단기적으로는 거래·결제·보관 인프라 역량이 먼저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코빗 인수를 통한 인프라 확보와 해외 디지털 법인 설립 등을 통해 디지털자산 밸류체인 확장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로 토큰증권 발행이 활성화될 경우 증권사가 유통플랫폼 역할을 통해 수수료 확보가 가능하다”며 “금가분리 완화 흐름 속에서 디지털자산과 전통금융의 결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TO 시장은 제도적 틀을 갖추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 있다. 플랫폼 경쟁, 발행 상품 다양화, 투자자 보호 체계 정비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증권사 간 경쟁 구도도 빠르게 형성되는 모습이다. 시장 개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한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 간 격차도 점차 드러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TO 시장은 아직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시장 개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발행과 유통을 둘러싼 증권사들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제도 시행 이후 누가 안정적인 인프라와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가려질 전망이다.
오늘경제 안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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