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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SK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노동자 잇단 사망은 '인재(人災)'

SK하이닉스는 이곳에 4기의 팹을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1기 팹은 2025년 2월 본격 착공에 들어갔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9시 40분쯤...

[기획] SK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노동자 잇단 사망은 '인재(人災)'

-한파 대책 발표 후에도 계속된 장시간 노동

-노동부, ‘주 52시간’ 위반 시정 지시

-노동계 “원청까지 책임 확대” 수사 촉구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에서,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1월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노동계는 원청 경영책임자까지 포함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약 415만㎡(126만평) 부지에 조성 중인 대규모 반도체 생산 단지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1.4배에 달하며, 축구장 580여 개가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부지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4기의 팹을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1기 팹은 2025년 2월 본격 착공에 들어갔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9시 40분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배모 씨가 동료들과 철근을 옮기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배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6시간 만에 끝내 사망했다. 사인은 뇌동맥 파열로 확인됐다. 한파주의보 속 13시간 연속 작업 후 쓰러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30일 60대 노동자가 같은 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11월 15일 해당 건설 현장에서 형틀목공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 후 쓰러져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바 있다.

지난해 1월 13일 사고 당일 용인 지역 체감 온도는 영하 7.4도에 달해 한파주의보가 발령 중이었다. 배 씨는 오전 7시 출근해 밤 9시 40분 쓰러졌다. 경찰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당일 오전 7시부터 현장에 있었고, 사측은 휴게 시간을 제외한 실제 작업시간이 11시간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장 체류 시간은 13시간에 달했다.

건설노조는 “철근 노동자는 최장 18시간까지 현장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불과 사고 한 달 전 이 현장을 방문해 ‘한파 대비 노동자 안전보호대책’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 대책에는 한파주의보 시 작업시간 조정, 한파경보 시 옥외작업 최소화가 명시돼 있었음에도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건설노조는 연이은 사망사고를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잇따른 노동자 사망사고의 근본 원인이 원청인 SK에코플랜트에 있다는 주장이다.

건설노조측은 “워낙 대규모 현장인데다 공사 기한을 넘기면 지체 보상금을 물어야 하다보니 영하권 한파 속에서 무리하게 10시간 넘는 야간작업을 한 것”이라며 “적정 휴게 시간을 보장하고 한파에는 작업 시간을 단축했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노동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현장에 비치된 제세동기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청업체 직원들은 “현장에 있던 제세동기가 모두 4대 있었으나, 먹통이었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은 배 씨가 철근을 들고 옮기는 과정에서 갑자기 뒤로 쓰러졌고 4명의 동료가 번갈아가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현장에 있던 SK에코플랜트 응급팀이 도착해 제세동기를 사용하려 했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건설 노조 관계자는 본지에 “현장에서 쓰러진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하려 했지만, 한 대로 네 차례 시도했는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며 “이후 노동부에 이런 문제를 전달했고, 자동심장충격기 점검 문제도 관리 항목에 포함시키겠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알티케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장에 비치된 제세동기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당시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 여러 차례 제세동기 사용을 시도했으나 작동이 이뤄지지 않아 즉시 심폐소생술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확인이 진행 중이며, 아직 최종 결과가 명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고인의 사망 원인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고, 시공사와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 1월 20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파 대책은 현장에서 단 한 줄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번 죽음은 자연사가 아니라 행정 실패와 기업의 탐욕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이은 사망 사고는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영철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건설 자본들이 공기를 단축하고 산업 안전 시설을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죽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 속에서 주의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도급 구조 속에서 최저가 낙찰로 공사를 수주한 건설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적정공사비와 적정 공사 기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죽음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준공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것이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클린룸(청정실)의 문 여는 시점을 3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에 더욱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25일 “당초 2027년 5월로 예상했던 클린룸의 문 여는 시점이 같은 해 2월로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사진=고용노동부]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가 SK에코플랜트 하청업체 4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하며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에서 상시적인 주 52시간 초과 근무와 휴일근로수당 미지급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SK에코플랜트가 시공 중인 해당 현장의 하청업체 4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출역 인원 1248명 중 무려 66.7%에 달하는 827명이 주당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사실이 확인됐다.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1주 40시간으로, 이를 초과한 연장근로 한도는 1주 최대 12시간까지다. 휴일근로수당 등 약 37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노동부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해당 하청업체 전체 현장을 대상으로 추가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노동부는 이미 1월 15일 시정 지시를 했고, 1월 28일까지 개선계획서를, 5월 8일까지 실제 개선 결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연장근로 한도 위반과 관련해 근로시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법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 알티케이뉴스 DB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해당 공사 현장은 장시간 노동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과로사 발생 우려가 크다”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주 52시간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안전 문제로 영업정지 처분을 통보받은 상태다. 지난해 시흥 월곶고가교 붕괴 사고 책임으로 국토교통부가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예고하면서, 예상되는 영업정지 금액은 3조2874억원으로 산정됐다. 지난해 매출총액 9조3176억1571만원의 35.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다만 현재는 법원이 SK에코플랜트가 신청한 집행정지(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해당 처분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다. 이에 따라 SK에코플랜트는 당장 공공공사 입찰 참여 제한 등 영업 차질 없이 정상적인 수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될 경우, 신규 수주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약 5700억 원 규모의 만기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포함해 2조 원에 이르는 단기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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