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023~2024년 발생한 87조 원의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국회 심의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기금에서 32조 원을 끌어다 쓴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24조 5000억 원을 2034년까지 갚아야 하는 데다 연평균 8330억 원의 이자까지 부담하면서 미래 재정운용에 부담을 지웠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의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재정수입 관리 중심)’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는 2023년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17조 3000억 원, 2024년 주택도시기금 등 10개 기금에서 15조 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거쳐 일반회계로 이전해 세수결손 보전에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가 국회의 심의를 우회하는 ‘꼼수’를 택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국가재정법상 기금 지출계획을 20% 넘게 변경하려면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국회 심의 없이 변경할 수 있는 20% 한도까지 추가 대여하고, 나머지는 기존 대여금 회수를 늦추는 ‘상환유예’를 병행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4년 주택도시기금은 공자기금에 2조 700억 원을 추가 대여하고, 공자기금으로부터 돌려받을 예정이던 1조 1100억 원의 상환을 유예했다. 이로써 당초 지출계획의 30.7%에 해당하는 3조 1800억 원을 사실상 국회 심의 없이 공자기금으로 이전했다. 2023년에는 공자기금이 일반회계에 9조 6000억 원을 추가 대여하고, 일반회계로부터 받을 예정이던 7조 7000억 원의 상환을 유예해 당초 지출계획의 36%인 17조 3000억 원을 일반회계에 넘겼다.
이러한 내부거래로 일반회계는 2034년까지 공자기금에서 빌린 24조 5000억 원을 갚아야 하며 연평균 8330억 원의 이자까지 부담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세수결손 대응의 부담은 지자체에도 돌아갔다. 기재부는 2023년 8조 2000억 원, 2024년 2조 2000억 원의 지방교부세를 지자체에 지급하지 않았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르면 매년 내국세 예상액의 19.24%를 우선 지급하고 실제 세수에 따른 오차는 다음연도에 정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자체와 협의 없이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각각 66개, 50개 지자체가 지출을 줄였고 2년간 지방채 발행액은 당초 계획보다 1조 3000억 원 늘었다.
이처럼 대규모 세수결손을 키운 정부의 세수추계 오류도 상당 부분 경기 변동이 아닌 추계모형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1~2024년 세수추계 오차는 연평균 51조 50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법인세와 양도소득세에서 각각 연평균 21조 7000억 원, 11조 9000억 원의 오차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두 세목에서 발생한 오차 가운데 경기변동 예측에 따른 오차는 19%에 불과했고 추계모형 자체의 오류가 8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2023년 법인세를 추계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기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컸는데도 과거 평균 세전 순이익률을 그대로 적용했다. 2024년에는 해외 자회사 배당금의 과세 제외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 같은 요인 등으로 두 해 법인세 추계모형 오차가 각각 20조 4000억 원, 11조 9000억 원 발생했다.
양도소득세 추계에서도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 변화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 통계와 다르게 반영했다. 감사원이 모형을 보정해 다시 계산하자 양도소득세 추계모형 오차는 2023년 7조 원에서 3조 1000억 원으로, 2024년 4조 원에서 1조 6000억 원으로 각각 55%, 60% 줄었다. 2024년 법인세도 세법개정 효과를 반영하자 추계모형 오차가 45% 축소됐다.
감사원은 재경부와 기획처에 기금·회계 간 내부거래 등 세수결손 대응 과정에서 국회 보고와 지자체 협의 절차를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재경부에는 경기 변동과 세법개정 효과, 실제 세수와의 통계적 상관관계 등을 반영해 세수추계 모형의 정확성을 높이도록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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