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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의눈) 전기차 100만대 시대, 충전 생태계에 가위질하나

9년 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채비가 혹한기를 버티고 지난 4월 29일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며 충전 인프라 산업의 유망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축배 끝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공공 충전시설...

(기자의눈) 전기차 100만대 시대, 충전 생태계에 가위질하나

전기차 100만대 시대가 마침내 열렸다. 2026년 4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했으며, 3월 기준 신차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고유가와 다양한 신차 출시 속에 ‘캐즘’을 극복했다는 평가가 정설이 된 분위기다. 산업의 질적 성장도 눈부시다. 9년 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채비가 혹한기를 버티고 지난 4월 29일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며 충전 인프라 산업의 유망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축배 끝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공공 충전시설 충전요금(30kW 미만)을 kWh당 324.4원에서 294.3원으로 약 9% 인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충전기별 비용 차이를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3년 7개월간 물가가 폭등한 시기에 요금을 올리기는커녕 내렸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그간 ‘충전기 보급 대수’라는 외형적 성장에만 몰두해 왔지만 실제 논점은 단순히 충전기 숫자가 아니다. 과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한국의 차충비(전기차 대비 충전기 비율)를 세계 최고인 1.8:1로 평가했을 때도 사용자들은 ‘충전난’을 호소했다. 이는 양보다 질과 효율이 더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시장 성숙에 따라 차충비가 3:1이나 4:1로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이 과정이 건강하려면 민간이 수익성을 바탕으로 설비를 고도화할 수 있는 안정적 시그널이 필수다.

수익성이 훼손된 시장에서 민간 사업자들에게 ‘고품질 서비스’와 ‘철저한 관리’만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재투자를 위한 최소한의 동력이 상실되면 노후 설비 교체나 차세대 기술 도입 등 필수적인 운영 체계부터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는 개별 업체의 성실성 문제를 넘어 생태계 전체의 체력을 고갈시키고, 결국 그 피해는 질 낮은 인프라를 감내해야 하는 사용자들에게 전이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전기차 500만대 시대를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정부의 역할은 요금 억제로 단기 환호를 얻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서비스 경쟁을 펼칠 토양을 만드는 데 있다. 인위적 가격 통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시장 활성화만이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길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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