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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의 눈] SI 노조 열풍 속 숨겨진 경고

창사 이래 처음 세워진 노동조합의 별명은 ‘순둥스(SDS) 노조’다. 순하게 윗선의 말을 잘 듣던 이들이 참다못해 만든 노조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다소 자조적인 명칭인데 삼성SDS 직원들이 직접 이 별명을 지었다. 비단 삼성SDS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삼성SDS

(삼성에스디에스)

창사 이래 처음 세워진 노동조합의 별명은 ‘순둥스(SDS) 노조’다. 순하게 윗선의 말을 잘 듣던 이들이 참다못해 만든 노조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다소 자조적인 명칭인데 삼성SDS 직원들이 직접 이 별명을 지었다. 비단 삼성SDS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 종사자 사이에서 흔히 발견되는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한다. 열정 넘치는 정보기술(IT) 개발자들은 진작에 떠나고 대기업이 주는 안정감을 택한 사람들이 회사에 남았다고.

이처럼 순한 SI 업계 개발자들이 30~40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를 조직하고 있다. 삼성SDS에 이어

현대오토에버(307950)

와 신세계아이앤씨(신세계 I&C)까지, 지난 한 주에만 3개의 노조가 새로 출범했다. 노조들이 표면에 내세운 기치는 투명한 성과 보상이다. 그런데 이면에서는 다른 불안감이 감지된다. 회사에 더는 안정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안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기존에 SI 업체는 개발 인력을 대거 투입해 IT 서비스 사업을 벌여왔다. 그런데 AI가 보편화되면서 IT 서비스 업무에서 사람 의존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마냥 손가락만 빨며 고용 보장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 먹거리를 찾아 회사와 근로자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자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AI라는 쓰나미급 시대 전환이 다가오자 수십 년 안정을 택한 이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런데 회사의 답은 시큰둥했다고 한다. 한 SI 업체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이 예전부터 경영진에 ‘신사업 투자를 늘려달라’고 건의했는데 돌아온 답은 ‘모기업 눈치를 보느라 신사업 운신의 폭이 좁다’는 말뿐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 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회사조차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자 개발자들은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노조 설립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수십 년 조용했던 이들이 동시다발로 결집한 현상은 자못 중요한 신호다. 현명한 경영진이라면 노조 설립 소식에 놀라고 말 게 아니다. 생경한 열풍 뒤에 자리한 위기의식을 읽고 자성해야 한다. 인력에 의존하는 IT 용역, 외산 AI 서비스 재판매로 쥐는 적은 수수료, 그룹 계열사 매출 종속 등 경영진이 직시해야 할 한계와 과제는 명확하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노사가 함께 돌파구를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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