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한국 증시의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0.86포인트 오른 7844.01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날 장중에는 7999.67까지 올라 8000선을 불과 0.33포인트 남겨두기도 했다. 상승장의 중심에는 반도체와 자동차가 있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현대차와 기아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시장은 미래를 먼저 산다. 그러나 그 미래를 실제로 만드는 현장의 시간은 주식시장의 속도와 다르다. 주가는 기대를 반영하지만, 공장은 비용을 계산한다. 지금 한국 산업이 마주한 간극이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13일 새벽까지 이어진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지급 기준 투명화를 요구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도 예고한 상태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리는 사이, 현장에서는 그 회복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일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도입과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따른 고용·노동조건 보장도 요구안에 담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임금과 성과급 협상처럼 보이지만, 올해 교섭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AI와 로봇이 생산 현장에 들어오고,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이 산업의 기준을 바꾸는 시기다. 임금 협상은 이제 기술이 일자리를 어떻게 바꿀지, 생산성이 높아질 때 성과는 누구에게 돌아갈지, 전환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를 묻는 자리로 바뀌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이제 따로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이 확산될수록 완성차 경쟁력은 엔진과 조립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연산 능력, 데이터 처리 역량이 자동차의 성능과 상품성을 좌우한다. 생산기지 역시 AI와 로봇 자동화 수준에 따라 경쟁력이 갈린다. 업종은 다르지만 두 산업이 마주한 질문은 같다. 기술 전환기에 성과와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성과를 낸 노동자가 더 나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논의가 미래 투자, 생산성 개선, 고용 전환과 분리될 때 생긴다. 지금의 호실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결과가 아니다. 수년간 이어진 투자와 구조조정, 기술 축적의 결과다. 반대로 지금의 호황이 앞으로도 자동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글로벌 빅테크는 AI 반도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고,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코스피는 미래를 보고 달린다. 하지만 산업의 미래는 주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곳은 연구소와 생산라인,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팔천피’의 환호가 일시적 기대에 그치지 않으려면, 성과 배분과 전환 비용에 대한 해법도 현장에서 함께 찾아야 한다. 증시는 이미 다음 시대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제 기업과 노동이 그 시대를 감당할 차례다. / 월요신문=김윤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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