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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특허괴물' 키우는 美...권리 장사 위한 작업인가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들어와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 역시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미국이 진짜 지키고 싶은 것이 혁신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특허를 더 세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부실 특허와 소송 남용을...

[기자수첩] '특허괴물' 키우는 美...권리 장사 위한 작업인가

내용요약

IPR 약화에 방어막 '흔들'...소송 리스크 확대

소송 대응에 자원 투입, 기술 경쟁력까지 잠식

고예인 산업부 팀장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최근 미국이 특허권 보호 강화 기조를 이어가며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다소 방향이 어긋난 듯하다. 이에 혁신을 지키겠다는 명분 뒤에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정작 키우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특허괴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책 변화의 핵심은 특허 '무효심판(IPR:Inter Partes Review)'이다. 이는 기업이 부실 특허를 신속히 걸러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이다. 하지만 제도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단순해지고 있다.

기업은 소송을 피할 수 없고 특허괴물은 시간을 무기로 협상력을 키운다. 기업이 특허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면 합의금이나 배상금을 부담해야 하고 반대로 침해 사실을 부인하려면 장기간의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기업의 모두 입장에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기업의 입장에선 이겨도 손해인 게임이며 이기는 쪽은 기술 기업이 아니라 소송을 건 쪽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역시 특허괴물과의 소송을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회사 측도 “소송 대응에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면서 영업과 기술 개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부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답변은 또 다른 의미를 던진다. 그만큼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비용이라는 뜻이다.

더 답답한 대목은 대응 수단조차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IPR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제한적이다. 삼성전자 역시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기업이 법제 변화 앞에서 ‘관망’ 외에 뾰족한 대응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쯤 되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보호하려는 것은 과연 혁신인가 아니면 권리 장사를 하는 구조인가의 여부다. 제조업 부흥과 첨단산업 리더십을 외치면서 동시에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다.

특허는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부실 특허까지 방치하는 보호는 산업을 지키는 정책이 아니라 산업을 갉아먹는 장치일 뿐이다. 지금과 같은 기조가 계속된다면 피해는 미국 기업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들어와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 역시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미국이 진짜 지키고 싶은 것이 혁신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특허를 더 세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부실 특허와 소송 남용을 더 강하게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 미국의 특허권 보호 강화 기조를 보며 드는 생각은 정책의 방향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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