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해 사회2부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당락의 희비는 갈렸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 지방자치 역사에 중대한 제도적 화두를 던졌다.
선거에 앞서 국회 정개특위는 시·도의회 비례대표 비율을 14%로 상향하고, 광역의회의원 선거에서 광주시 4개 선거구와 기초의회 일부 선거구에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선거를 불과 5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충분한 공청회 없이 졸속 처리되었다는 절차적 비판은 피할 수 없으나, 지방의회가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성숙한 민주주의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향후 지방선거가 중대선거구제로 가야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남과 광주를 아우르는 통합특별시장을 선출했고, 의회 역시 통합특별시의원으로 재편됐다.
향후 대구·경북, 대전·충남, 부산·경남 등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주한 거대한 행정통합의 물결은 자치 제도의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광역 단위가 초거대화 되고 대규모 행정통합이 현실화 될수록 예산, 인사, 조직 권한이 통합단체장에게 막강하게 집중된다. 반면 이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지방의회의 구조와 권한은 과거의 단층제 틀에 갇혀 있다. 특히 특정 정당이 의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영호남의 정치 지형 속에서는 ‘강한 집행부, 약한 의회’라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단체장과 동일한 정당이 의회를 독식한 상태에서 의회의 고유 기능인 견제와 감시는 형식적인 거수기 역할에 그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러한 민의의 왜곡과 견제기능 상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현행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에 기인한다.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 구조는 수 많은 유권자의 표를 죽은 표, 즉 사표(死票)로 만들며 불공정한 권력 구조를 양산한다. 국회 정개특위에서 광역의회의원 비례대표 비율을 14%로 늘렸다고는 하지만, 이는 거대 양당의 독점을 깨고 다당제 기반의 민의를 수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최소 20% 이상으로의 비례대표 확대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시급하다. 특히 개정안은 광역의회의원 비례대표 비율만 14%로 늘렸을 뿐, 기초의회의원 비례대표는 여전히 10%에 머물렀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의회가 주민 생활에 미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광역과 기초의회 간에 이런 차별은 합리적이지 않다.
결국 해법은 중대선거구제로의 전면적인 전환이다. 한 선거구에서 3명에서 5명까지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는 다양한 정당과 정치 세력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함께 광주 동구남구갑, 북구갑 등 일부 지역에 시범 도입된 중대선거구제를 눈여겨볼 만하다.
비록 보수 험지인 광주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한 명도 배출되지는 못했으나, 일당 독점 완화와 다당제 협치 체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씨앗을 보여주었다. 집행부의 권력 집중을 제어할 민주적 장치 없이 규모만 키우는 행정통합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나아가 중대선거구제는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 대표성을 사수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인구 감소로 인해 농어촌 지역의 광역의원 정수가 감소하면서, 의원 1명이 수십 개의 읍·면을 홀로 담당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속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의 조정 범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본적인 의원 정수를 확보하는 노력과 더불어,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지역구를 넓히고 그 안에서 득표 비례성을 실질적으로 높여야 소외된 낙후지역의 목소리를 온전히 민의에 담아낼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중대선거구제가 사표 방지와 소수 정당 진출, 그리고 거대 집행부에 대한 견제권 확립을 위해 왜 필연적인지 증명하는 귀중한 첫걸음이었다. 선거 제도의 개편은 초광역 메가시티 시대에 걸맞은 건강한 협치 구조를 만드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향후 지방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 전면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남정해기자 n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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