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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정치 일정에 또 밀린 디지털자산기본법…한국만 멈춰선 스테...

핀테크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결제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들은 예금토큰과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실험에 나서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들도 글로벌...

[기자수첩] 정치 일정에 또 밀린 디지털자산기본법…한국만 멈춰선 스테...

금융증권부 최희우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 논의가 또다시 멈춰 설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2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일정을 다시 잡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실제 안건으로 상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데다 여야 간 쟁점 정리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 일정도 변수다. 5월 초 여당 원내대표 선거와 6월 지방선거가 이어지면서 국회의 관심은 정치 현안으로 이동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정국 상황과 글로벌 시장 변화까지 감안하면 연내 법안 처리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제는 시장의 움직임이 정치 일정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결제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들은 예금토큰과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실험에 나서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들도 글로벌 디지털자산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일부 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무역결제 구조를 검증하고 있으며, 기존 SWIFT 기반 송금을 대체하는 블록체인망을 통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송금 속도를 높이는 실험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가상자산이 아니라 차세대 결제·송금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제도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지난해부터 논의가 이어졌지만 핵심 쟁점인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조차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할지, 핀테크·민간 기업 참여를 허용할지, 준비자산 규제를 어디까지 둘지 등에 대한 정부 입장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법안 지연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편입시키는 제도화를 마무리했는데 한국만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규제가 없는 게 아니라 규제 방향 자체가 불확실한 상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글로벌 주요국은 이미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디지털 달러 생태계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유럽연합(EU)은 MiCA 규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감독 체계를 마련했다. 일본 역시 은행·신탁사 중심의 발행 구조를 제도화하며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는 더 이상 가상자산 투자 차원을 넘어섰다. 해외송금, 무역결제, 디지털 결제망, 토큰증권(STO), 예금토큰 등 금융 인프라 전반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특히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체계를 선점하지 못할 경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국회 논의는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정치 일정에 따라 논의와 중단을 반복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입장에서는 규제가 강한 것보다 방향이 없는 상황이 더 문제"라며 "은행 중심으로 갈지, 핀테크와 빅테크까지 허용할지, 최소한 정책 로드맵이라도 제시돼야 기업들이 투자와 인프라 구축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신중한 접근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정책과 금융안정, 자금세탁방지(AML), 외환 규제 등과 맞물려 있어 섣부른 입법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최소한의 방향성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당국이 여전히 디지털자산을 투기 산업 프레임 안에서만 바라보는 사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차세대 결제 인프라 경쟁이 시작됐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계속 정치 일정 뒤편으로 밀린다면 한국은 제도 설계의 주도권은 물론 시장 주도권까지 함께 놓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굿모닝경제 최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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