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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자화자찬 '홍보회사' 된 청주시

▲ 청주시 대형상가 입점 소상공인 대책요구 관련 AI 제작 이미지. 코스트코, 신세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빌리지. 청주 시민들에게 이 이름들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편리한 소비'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시민들이...

[기자수첩] 자화자찬 '홍보회사' 된 청주시

▲ 청주시 대형상가 입점 소상공인 대책요구 관련 AI 제작 이미지.

코스트코, 신세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빌리지. 청주 시민들에게 이 이름들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편리한 소비’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시민들이 더 나은 인프라를 바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지금 청주시의 행보는 행정기관이라기보다, 대기업 입점을 홍보하는 ‘민간 광고 대행사’를 연상케 한다.

시청이 연일 쏟아내는 보도자료에는 ‘자화자찬’만 가득할 뿐, 정작 행정이 져야 할 ‘숙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행정은 뒷전, ‘홍보회사’ 행세하는 청주시

일반적으로 행정의 최우선 과제는 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분석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청주시는 정반대다. 대형 유통시설 유치를 오직 자신들의 ‘치적’으로 포장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시는 시민들이 대형 유통시설을 반긴다는 여론을 방패 삼아, 정작 입점 시 닥쳐올 지역 상권의 타격은 외면하고 있다.

시민들의 ‘편의’라는 달콤한 명분을 내세워, 행정의 본분인 ‘상생 대책 마련’이라는 고통스러운 작업은 아예 뒷전으로 밀어버린 것이다.

시청이 지금처럼 ‘홍보회사’ 노릇만 계속한다면, 행정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역내 유출’에서 ‘역외 유출’까지 ··· 경제는 곪아간다

시청이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외면하고 있는 더 큰 문제는 ‘경제의 순환 구조’다. 지금 청주시가 추진하는 속도전은 지역 내 돈의 흐름을 왜곡하고 있다.

골목상권에서 소비되던 시민들의 지갑이 대형 유통시설로 옮겨가는 ‘역내 유출’은 이미 시작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결국 그 수익이 지역에 재투자되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역외 유출’의 가속화다.

행정은 이러한 경제적 파장을 면밀히 계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함에도, 오직 ‘대형 시설이 들어온다’는 단순한 사실만 반복하며 시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고 있다.

이는 청주시가 스스로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거리는 외치는데, 시청은 ‘침묵’하고 있다

현장은 이미 절규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서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소상공인들이 팻말을 들고, 목이 터져라 대책 마련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지는 동안, 시청은 보도자료 작성에만 여념이 없다.

행정이 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인기 있는 정책’만 골라 홍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청주시가 지금 가장 감추고 싶어 하는 진실일 것이다. 시민들의 환호 소리에 취해, 그 이면에 있는 이들의 비명을 듣지 못하는 행정은 자격 미달이다.

◆이제 ‘광고’를 멈추고 ‘설계도’를 내놓으라

이제 청주시는 홍보성 보도자료 배포를 잠시 멈춰야 한다. 그리고 다음의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형유통시설 입점으로 인한 ‘역외 유출’ 규모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소상공인의 매출이 대형 시설로 옮겨가는 ‘역내 유출’ 피해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상생하겠다’는 구두선이 아니라, 기업의 책임을 명시한 ‘법적·제도적 보증서’다.

행정은 홍보 회사가 아니다. 시민들의 세금을 운용하는 집행부다.

지금 청주시에 필요한 것은 ‘대형 시설 유치’라는 광고가 아니라, 무너질 상권을 지탱할 ‘구체적인 설계도’다. 행정이 본연의 업무를 외면하고 자화자찬에만 매몰될 때, 그 도시는 속 빈 강정처럼 곪아갈 뿐이다.

김현수

김현수 기자 mak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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