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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세계 8위 올라선 한국 증시, 앞으로 과제는?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학 아래 전 세계 빅테크의 위탁 생산을 독점하며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중견기업들이 함께 뿌리를 내렸다. TSMC가 흔들려도 이를 받쳐줄 '강소기업의...

[기자수첩] 세계 8위 올라선 한국 증시, 앞으로 과제는?

라이센스뉴스 박창배 기자(부국장)

라이센스뉴스 = 박창배 기자 | 한국 증시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유례없는 도약을 이뤄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4조 달러(5,893조 원)를 기록하며 이전 대비 45%가량 불어났고, 코스닥 역시 683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전통의 금융 강국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8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친시장 정책,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그 배경으로 꼽으며 “한국이 일을 냈다”고 평했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이면을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이 있다. 바로 세계 7위, 한국보다 한 단계 위에 이름을 올린 대만이다. 인구도, 국토도, 산업 규모도 한국이 앞선다. 그럼에도 자본시장의 저울은 여전히 대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증시의 구조적 한계가 숫자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대만 증시의 핵심은 시가총액 약 3,000조 원에 달하는 TSMC다. 대만 전체 증시의 절반 가까이를 혼자 떠받치는 이 기업 하나의 몸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것보다 크다. 숫자만 보면 TSMC 의존도가 한국보다 더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학 아래 전 세계 빅테크의 위탁 생산을 독점하며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중견기업들이 함께 뿌리를 내렸다. TSMC가 흔들려도 이를 받쳐줄 ‘강소기업의 숲’이 증시 하부를 탄탄하게 지지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코스피 시총의 절반 가까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거목에 집중된 기형적 구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 거목 아래 생태계다. 수직 계열화와 단가 압박이라는 오래된 관행은 허리가 되어야 할 중견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대장주의 실적 하나에 증시 전체가 출렁이는 취약한 구조, 그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심화시켜온 근본 원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혁이 진정한 결실을 맺으려면, 주가 부양이라는 단기 성과에 만족해선 안 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퍼질 수 있도록 대기업의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고,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공정한 협력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 8위라는 성취는 분명 의미 있다. 하지만 7위 대만의 벽을 넘는 일은 숫자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복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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