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자수첩] 삼성전자, 그 왕관의 무게

“왕관을 쓴 자의 머리는 편안하지 않다.(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

[기자수첩] 삼성전자, 그 왕관의 무게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왕관을 쓴 자의 머리는 편안하지 않다.(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 2부’에 등장하는 유명한 관용구다. 우리에겐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로 좀 더 잘 알려져 있는 말이다. 이는 권력과 사회적 지휘의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책임과 비판, 고난을 뜻한다. 최근에는 그 의미가 개인을 넘어 조직 단위로 확장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는 항상 왕관을 ‘써온’ 기업이었다. 1992년 세계 최초의 64M D램 개발에 성공한 다음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이후 3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확고부동한 ‘반도체 황제’의 자리를 유지했다. 또한 OLED, 스마트폰, TV 등 디스플레이와 가전 분야에서도 세계 최정상 반열에 올랐다.

왕관이 무거운 만큼 이를 지탱할 삼성전자 내부 최고경영진의 리더십도 중요하다. 그 중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그룹들의 총수이자, 글로벌 반도체·AI, 더 나아가 과학기술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재용 회장의 발걸음에 전 세계 모든 재계 인사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2014년부터 사실상 삼성전자 경영 중심에 섰던 이재용 회장의 왕관은 단 한 번도 가벼웠던 적이 없었다. 故이병철 창업주, 故이건희 선대회장이 이룩했던 업적, 재계 1위 기업이라는 책임감, 정치권과 얽혔던 사법리스크 등 험난한 과제는 이재용 회장의 어깨를 항상 무겁게 했다.

그리고 현재, 이재용 회장의 왕관 무게는 훨씬 더 무거워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글로벌 IT산업 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하나’를 잘 만들기만 하면 됐던 과거와 달리, 고객 기업의 요구는 다양해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매서운 추격도 위협적이다.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성과급 개편을 요구하는 노조 총파업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달 23일 하루 파업으로 파운드리 생산량 58%,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18% 감소라는 결과가 발생했다. 현재 노조 측이 예고한 것처럼 오는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이 진행되면 예상되는 피해는 최대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노조 파업이 단순한 임금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 이후 처음으로 합법적 파업이 가능해진 짧은 노사 관계, 경쟁사와의 성과급 차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반도체 슈퍼사이클, 인재 유출, 보신주의의 내부 조직문화 등 내외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것이다.

결국 이 난제를 풀어야 할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물론 이 고난을 모두 이겨냈을 때 삼성전자와 이재용 회장 모두 한층 더 성장하고 성숙한 기업, 리더가 될 것은 확실하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처럼 말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