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 오전 영업 시작과 동시에 '버터떡'은 순식간에 동났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배달 앱에서도 버터떡이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이런 오픈런의 주인공은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였다.
특정 메뉴가 SNS를 타고 확산하고, 곧바로 매장과 배달앱 상위을 점령하는 흐름이 공식처럼 굳어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유행의 지속 시간이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과거 크로플의 유행 반감기가 163일이었다면, 탕후루는 54일, 두바이 초콜릿은 13일, 두쫀쿠는 17일 수준으로 짧아졌다. 아직 일부 자영업자 매장에선 두쫀쿠의 재료가 채 소진되지도 않은 채 곧바로 버터떡 같은 다음 유행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유행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메뉴 하나가 매출을 단기간 끌어올리는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KCD) 발표를 보면 두쫀쿠 열풍이 거셌던 지난해 4분기 베이커리·디저트 업종 평균 매출이 전 분기 대비 9.5% 증가했다. 손님을 끌어들이는 입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두쫀쿠나 버터떡은 불황 속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바뀐 소비 트렌드 역시 이런 유행을 떠받친다.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은 1만원 이하의 가격대 디저트를 통해 자기만족을 찾는다. 이른바 작은 사치를 통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유행의 냄새를 맡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유통업체까지 가세하면 유행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전국 단위 상품으로 확산하면서 시장은 단기간에 공급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그때부턴 가격 경쟁의 시간이 찾아온다.
외식·식품업계 입장에서는 침체한 내수 환경 속에서 유행 상품을 등에 엎고 매출 반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성이나 차별점 없는 단발성 유행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브랜드 정체성과 장기 경쟁력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두쫀쿠 열풍 당시, 고깃집·중식당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판매되면서 시장 전반에 피로감을 높였다.
유행의 반감기가 10여일 수준까지 짧아진 상황에서 속도와 가격 경쟁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한 번의 유행으로 얻는 매출보다, 유행 이후 남는 재고의 비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비용은 거대 기업보다는 동네 사장님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제2의 두쫀쿠·버터떡이 반복되는 유행의 패턴은 앞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K-푸드 관련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이런 단발적 히트 상품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 외식·디저트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히 다음 유행을 좇는 것을 넘어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브랜드 정체성과 품질 관리, 고객 신뢰 확보가 이뤄질 때, 유행의 광풍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장수 브랜드 혹은 '메가 브랜드'를 탄생시킬 수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처럼 오랜 기간 일관된 콘셉트로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한 제품이 있는가 하면, 롯데웰푸드의 빼빼로처럼 특정 기념일 문화와 결합해 장기적인 수요 기반을 만들어낸 사례도 있다. 농심 새우깡이나 신라면처럼 세대를 거쳐 꾸준히 소비되며 '국민 스낵' 지위를 유지해 온 제품들의 사례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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