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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방담] '업황'은 출렁여도 '적성'은 남는다

한때 개발자 품귀 현상과 고연봉 채용 경쟁, 스타트업 붐이 맞물리며 컴퓨터공학과는 '입학만 하면 취업이 보장된다'는 평가를 받는 인기학과였습니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스타트업들...

[기자방담] '업황'은 출렁여도 '적성'은 남는다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접어들면서 반도체학과가 최고 인기학과로 급부상했습니다. 억대 성과급 얘기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긴 시간 공부와 수련을 거쳐야 하는 의약계열보다 ‘가성비’ 높은 전공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취업 전망과 높은 초봉, 성과급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반도체 관련 학과의 선호도는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컴퓨터공학과는 예전만 못한 하락세를 겪고 있습니다. 한때 개발자 품귀 현상과 고연봉 채용 경쟁, 스타트업 붐이 맞물리며 컴퓨터공학과는 ‘입학만 하면 취업이 보장된다’는 평가를 받는 인기학과였습니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스타트업들 역시 파격적인 연봉과 스톡옵션을 내걸며 개발자 쟁탈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초중등 코딩 교육 확대와 각종 부트캠프 열풍까지 더해지며, 코딩은 필수라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문과생도 코딩만 배우면 커리어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전반에 퍼졌고, 비전공자의 개발자 전직 사례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AI 기반 코딩 보조 도구와 자동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단순 개발 업무의 희소성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 신입 개발자들이 맡아오던 반복적인 코드 작성, 간단한 기능 구현, 테스트 코드 생성, 문서 정리 등과 같은 업무 상당수가 AI로 대체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의 채용 전략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규모로 주니어 개발자를 채용해 현장에서 성장시키는 방식보다, 소수의 숙련된 시니어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더 많은 생산성을 내는 구조가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확산됐습니다. 코딩 붐이 일면서 개발자 수요가 폭증했던 코로나 시기가 불과 5~6년 전인데, 그 사이 세상이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이공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회계사 세무사 등 문과 유망 전문직 역시 AI열풍 속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일명 ‘백수 회계사’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인 CPA에 합격하고도 취업처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CPA에 합격한 뒤 회계법인 등에서 수습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수습 문호가 줄어들면서 정식 회계사 자격을 얻지 못한 채 일반기업 지원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늘 세상은 바뀌어 왔지만, 최근처럼 번화의 속도가 빠르게 체감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앞으로 뜨는 직종과 지는 직종은 무엇일지, 지금 초등학생이 선망하는 직업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도 여전히 유망 직업일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결국 진로 선택의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황과 연봉, 취업률을 참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미래를 예측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산업의 호황만 보고 진입했다가 사이클이 꺾이면 순식간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변화가 큰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적성과 지속 가능성입니다. 산업 환경이 바뀌어도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꾸준히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분야라면 다른 형태로라도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당장 뜨는 직업’을 고른 사람이 아니라, 변화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적성을 찾은 사람이 아닐까요.

/사진=베리타스알파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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