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광양시 ‘200억원’의 결단…‘폐교 잔혹사’ 끊을 마중물 되려면
김대수 전남동부취재본부 차장
2026년 09월 20일(일) 14:20
광양시가 최근 폐교 수순을 밟은 광양보건대 부지와 건물 전체를 사들이기 위해 파산관재인 측에 매수의향서를 정식 제출하고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 시가 제시한 매입 희망 금액은 약 200억원 규모로, 부지 면적만 5만 5800여㎡에 달한다. 지역 유일의 보건 계열 전문대학이자 청년들의 온기와 활기가 가득했던 대학이 법원의 파산 선고로 문을 닫은 직후, 지자체가 이처럼 신속하고 과감하게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주목할 만한 행보다.
현장을 둘러본 시의 정책적 결단 자체는 상당 부분 불가피하며 당위성을 지닌다. 지방대학 소멸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직접 경험해 본 지역일수록, 폐교 이후 남겨진 거대 부지와 시설물이 초래하는 파급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한려대의 사례만 보더라도, 대학이 폐교된 후 민간 매각이나 경매 과정에서 장기간 방치된 시설은 극심한 지역 슬럼화와 범죄 우려를 낳았고, 주변 대학가 상권의 완전한 몰락으로 이어졌다. 광양보건대마저 사법 경매나 민간 입찰의 지루한 공방 속에서 수년간 유령 건물로 방치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광양시민과 인근 상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제2의 한려대 사태’를 사전 차단하고 폐교 자산을 공공 자원화하겠다는 광양시의 빠른 판단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러나 행정의 의욕과 명분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200억원이라는 거액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시민 사회와 시의회의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지 매입 선언은 어디까지나 거대한 프로젝트의 첫 단추일 뿐,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세밀한 후속 행정 절차와 구체적인 계획에 달려 있다.
우선,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사후 활용 로드맵’이 사전에 정교하게 수립되어야 한다. 단순히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거나 ‘공공·교육·의료 공간으로 쓰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구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초기 매입비 외에도, 오랫동안 노후화된 대학 시설을 개·보수하거나 철거하고 새로운 복합 문화·교육·보건·산업 거점으로 재조성하는 데에는 매입비에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는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 명확한 수익 구조나 구체적인 운영·리모델링 방안없이 선 매입부터 진행한다면, 향후 시 재정에 장기적이고 중대한 부담을 주는 또 다른 ‘계륵’으로 전락할 위험이 상존한다.
둘째, 시의회와의 긴밀한 협의 및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필수 과제다. 예산 심의 권한을 가진 시의회와의 소통 부족은 행정 갈등과 사업 지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파산관재인과의 가치 평가 및 가격 협상 과정부터 시작하여 향후 공유재산 관리계획 승인, 용도 변경, 자금 조달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민주적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방소멸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폐교는 비단 광양시만의 특수한 악재가 아니며, 대한민국 지방도시 전체가 직면한 거대한 시대적 파도다. 광양시가 추진하는 광양보건대 부지 매입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폐교 부지를 흡수하여 공공 자산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의미 있는 시도이자 중요한 시범 사례가 될 것이다.
광양시의 200억 결단이 단순히 눈앞의 황폐화를 막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와 청년 공간을 새롭게 살려내는 ‘성공적인 반전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행정의 세심한 후속 설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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