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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중소기업 희비 가른 '원료 재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웃돈까지 주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헬륨을 사들이고 있다. JIT의 상징 도요타도 알루미늄 확보 총력전에 나섰고, 미국 완구사 러닝리소시스는 벌써 성탄절을 준비하며 평소...

[기자24시] 중소기업 희비 가른 '원료 재고'

서정원 벤처중기부 기자

중동전쟁 피해 기업들 희비를 가른 건 '재고'였다. 원료가 이달 치밖에 남지 않은 곳은 "다음달이면 생산이 반 토막 날 것"이라고 호소한 반면, 충분히 들여놓은 회사는 "아직은 버틸 수 있다. 제품을 확보하려는 선주문에 공장을 최대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세계 제조업 표준이었던 적기생산(JIT) 전략이 종언을 고하고 있다. 원자재·부품 재고를 최소화하고 필요시 조달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의 한계가 최근 공급망 충격들로 드러나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고, 전쟁이 어퍼컷을 꽂으면서 JIT 공급망은 그로기 상태다.

대기업들은 기민하게 비축생산(JIC)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웃돈까지 주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헬륨을 사들이고 있다. JIT의 상징 도요타도 알루미늄 확보 총력전에 나섰고, 미국 완구사 러닝리소시스는 벌써 성탄절을 준비하며 평소 대비 재고를 한 달분 늘렸다.

중소기업들은 단일공급처 위주라 비축 필요성이 더 크지만 외려 더 미비한 상황이다. 월급 주기도 빠듯해 보관료 등 비용마저 부담인 탓이다. 위기는 늘 이런 약한 고리부터 강타한다. 남동산단 소재 한 부품사 관계자는 "일부 5인 미만 사업장은 자재가 없어 아예 기계를 멈췄다"며 "6월이면 휴·폐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위스는 개별 사업체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나선다. 정부가 필수물자 보관 의무를 민간에 부과하되 연방기관이 보증을 서 경비를 저리로 대출해준다. 한국에서 품귀현상을 빚은 폴리에틸렌도 품목에 포함돼 있다. 여러 업체 창고에 분산해 쌓아두고 일상적으로 물량을 순환하며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스템 또한 갖춰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민관 공동비축 모범 사례로 상찬했다.

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 취재하며 접한 석화원료 부족 대응책은 눈물겹다. 버리던 폐플라스틱을 갈아서 재활용하는가 하면, 비닐 포장재를 회수해 세척 후 재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활약은 감동적이지만 사회제도의 개선은 보다 근본적이다. 후자가 많을수록 통상 선진국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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