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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술의 삼성, R&D에 하루 1000억 쏟으니 성과 '쑥쑥'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되찾았다. 지난해 R&D 비용으로 역대 최대인 약 38조원을 집행하며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삼성, R&D에 하루 1000억 쏟으니 성과 '쑥쑥'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주간한국 이주선 기자]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되찾았다. 지난해 R&D 비용으로 역대 최대인 약 38조원을 집행하며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공장 건설 등 시설 투자에는 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

이로 인해 올해부터 본격 투자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업계 ‘큰손’ 미국의 엔비디아에 이어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AMD까지 유수의 빅테크가 조(兆) 단위 뭉칫돈을 들고 삼성전자를 향해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다시 ‘기술의 삼성’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위용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37조 7403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의 35조 215억원 대비 7.8% 늘어난 수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평균 약 1000억원을 기술 개발에 쏟은 셈이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11.3%로 전년의 11.6%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투자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주도권 경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6세대인 ‘HBM4’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HBM4의 기술 안정화와 공정 성숙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내 모든 자산을 집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분야 시설 투자로 당초 계획보다 5조원 많은 52조 7000억원을 집행,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47조 5000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전체 시설 투자 비용의 90%에 육박한다. 나머지는 디스플레이 등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은 경기도 기흥캠퍼스와 평택캠퍼스에 집중됐다. 생산 인프라 확충과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선제적 확보, 그리고 기흥캠퍼스에 구축하고 있는 초대형 첨단 R&D 복합단지 ‘뉴리서치&디벨롭먼트-K’(NRD-K) 건립 등 생산·연구 기반을 강화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R&D 조직도 강화했다. 지난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새롭게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기존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에 소속돼 있던 D램 개발실에 더해 낸드플래시, 솔루션, 패키징 등을 아우르는 조직이다.

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 지시로 2024년 결성한 ‘별동대’ HBM 개발팀은 HBM 기술 경쟁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판단 하에 D램 개발실 산하 설계팀으로 흡수됐다. 충남 온양캠퍼스의 테스트 & 시스템 패키지(TSP) 조직 인원을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등으로 재배치했다. TSP 조직은 HBM 등의 고부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던 조직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물적·인적 투자는 올해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HBM 6세대인 ‘HBM4’ 양산 출하에 성공하며 글로벌 AI 메모리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는 경쟁사보다 먼저 HBM 7세대 ‘HBM4E’를 공개하며 반도체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오른쪽)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삼성그룹의 영빈관 격인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만찬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슈퍼 乙’ 삼성전자…빅테크가 먼저 찾는다

기술 경쟁력을 회복한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업계에서 ‘슈퍼 을(乙)’로 통한다. HBM을 포함한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등 고부가 메모리반도체가 전 세계적인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파트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가 앞장서 삼성전자를 치켜세우고 있다.

반도체 ‘여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지난 18일 직접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을 찾아 자사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인스팅트 MI455X’에 들어갈 HBM4를 확보했을 정도다. 수 CEO는 이날 공급 계약 직후 “차세대 AI 인프라 구현을 위해서는 업계 전반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삼성의 첨단 메모리 기술 리더십과 AMD의 인스팅트 GPU, 서버용 CPU인 에픽(EPYC), 랙 스케일 플랫폼 등을 결합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또 AMD는 EPYC과 랙 단위 통합 플랫폼인 헬리오스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전자로부터 고성능 DDR5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받기로 했다. 양사는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파운드리 분야에서 협업을 위한 폭넓은 논의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AMD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파운드리 역시 다시 뛸 준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빅테크들로부터 수주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GTC 2026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해 인수한 AI 반도체 기업 그록의 AI 추론 전용 칩인 ‘그록3’를 소개하며 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깜짝 공개했다. 그는 “삼성이 우리를 위해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 칩을 제조하고 있다”면서 “지금 최대한 빠르게 생산을 늘리고 있다. 삼성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LPU는 GPU를 도와 AI 추론 성능을 끌어올리는 전용 칩을 말한다. GPU는 대규모 연산을 담당하고, 비중이 낮은 이 외의 작업은 LPU가 맡는 식이다.

시스템LSI 부문은 삼성전자의 최신 AI 스마트폰 갤럭시 S26에 탑재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를 앞세워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올해는 2㎚ 공정 양산을 목표로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객사들로부터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AI 수요 대응을 위해 시설 투자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역시 초대형 투자로 기술 초격차 전략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110조원 규모 R&D·시설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해에는 R&D·시설 투자에 약 90조 440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보다 22%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다시 말해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리고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쥐겠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왼쪽)가 경기도 평택캠퍼스 내 마련된 시창 투어 라인에서 반도체 설비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주선 기자 lee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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