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도 안 지킨 작업 현장…노동청 감독은 허술
‘두 달 새 2명 사망’ 율촌산단 한화오션에코텍·협력업체 들여다보니
안전난간 설치도 않고 화학물질 관리 부실 등 위법 100건 적발
1차 감독 10일만에 또 사고…원청 작업기한 압박에 ‘안전 뒷전’
2026년 07월 19일(일) 20:50
<클립아트코리아>
광양시 율촌산단 내 한화오션에코텍 사업장에서 올해만 노동자 2명이 잇따라 작업 중 사망한 것과 관련, 해당 사업장에서 100건에 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첫 사망사고 이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고용노동지청이 한 차례 중대재해 감독을 했는데, 감독 이후 열흘만에 사망사고가 재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2차 감독을 해 보니 또 40여건의 위법 사항이 적발되면서, 애초 여수지청의 중대재해 감독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김해 을) 의원이 여수지청으로부터 받은 ‘한화오션에코텍 중대재해 감독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지난 3~4월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중대재해 감독이 이뤄졌다.
첫 감독은 지난 3월 3일부터 6일까지로, 이 때는 위법사항 57건이 적발됐다.
지난 1월 29일 40대 작업자가 방독면 없이 작업하다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난 데 따른 감독이었다.
감독 결과 크레인 레일에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안전난간을 미설치하거나 보호복·보호구 등을 지급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 미작성’ 등 중량물 작업 관련 위반 2건도 적발됐다.
문제는 감독 이후 10일만에 크레인, 중량물 관련 사망사고가 발생한 점이다. 지난 3월 16일에는 천장 크레인으로 선박 부품을 옮기던 50대 작업자가 선박부품과 발판 사이에 끼여 숨졌다.
여수지청은 부랴부랴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17일까지 4주에 걸쳐 2차 감독을 실시, 위법 사항 43건을 추가로 적발했다. 1차 감독을 끝낸 지 2주만에 같은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 감독을 실시했는데도 위법사항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적발사항 중에는 최대 허용 하중 표식이 없는 달기구(크레인 고리걸이 용구) 사용, 안전적재방법 미준수 등 지난 3월 16일 사고와도 연관된 적발 사항도 포함돼 있었다. 더불어 ‘근로자 이동통로 미설정’, ‘추락방지조치 미실시’, ‘안전난간 설치규정 미준수’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 위반도 뒤늦게 2차 감독에서 확인됐다.
노동계에서는 당국이 1차 감독을 허술하게 진행해 적발되지 않아야 할 기본적인 안전수칙 위반이 2차 감독에서야 나온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1차 감독할 때 안전보건진단을 포함해 기획감독 수준의 중대재해 감독을 진행했다면, 4주간 진행한 2차 감독에서 나올 위반 사항이 1차 감독에서 나왔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특별감독은 조건이 안된다고 회피하면서 통상 일반감독 수준의 점검을 진행해 종합적인 사항들을 놓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위법 사항들을 무더기로 안고 작업을 지속해 온 한화오션에코텍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경기 군포) 의원이 여수지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한화오션에코텍에서 적발된 위법 사항 100건 중 안전보건관리 인력·관리체계 위반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건강진단·작업환경측정·사후관리 15건, 안전보건교육·고지·표지 14건,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등 화학물질 정보관리 13건, 추락방지·안전난간 11건, 중량물·양중·하역·기계설비 9건 등이었다.
세부 항목별로는 관리감독자 미선임이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관리감독자 교육 미실시 8건, 안전보건담당자 미선임 2건 등 현장 안전을 책임질 사람조차 없었다. 노동자 건강진단 결과에 따른 작업 전환, 근로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 등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노동자 사후관리조치 미실시’도 8건 적발됐다.
중대재해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위험요인도 다수 드러났다.
추락위험단부 추락방지조치 미실시 3건, 안전난간 설치규정 미준수 2건, 오토덤퍼 작업발판 단부 안전난간 미설치 3건, 파이프랙 작업발판 단부 안전난간 미설치 1건 등이 적발됐다. 밀폐공간 작업 시 감시인을 배치하지 않고, 가스 측정조차 하지 않는 등 문제도 확인됐다.
화학물질 관리도 허술했다. MSDS 미비치 7건, MSDS 경고표지 미실시 2건, 폐오일 보관 용기 MSDS 경고표지 미부착 1건, 터빈오일 용기 MSDS 경고표지 상이 1건, 연마석 MSDS 최신화 미실시 1건 등 관련 위반만 13건에 달했다.
권 국장은 “대기업에서도 이처럼 기본적인 법을 지키지 않는데, 노조도 없고 비용 감소와 공기 단축 압박이 심한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더 열악할 수 밖에 없다”며 “노동당국이 업체에 개선 조치를 요구했는데도 이행이 안돼서 사고가 난다면 업체에 대해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노동자, 특히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이 안전을 지킬 것을 지시하기만 하고, 정작 현장에서는 작업 기한 압박을 줘 안전을 뒷전으로 두게 만든다고 호소했다. 사고가 나면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윤용진 전남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감독을 하면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나오고 개선을 해도 사고가 다시 날 수밖에 없는 것은 원청의 책임 회피 탓도 있다”며 “무리한 공기 압박으로 안전수칙은 후순위로 미루게 하고, 정작 사고가 나면 원청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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