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하며 출범했다. 토지개발 기능과 주택공급·주거복지 기능을 한 조직 안에 묶어 공공주택 공급과 국토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LH는 개발사업 이익으로 공공임대 등 주거복지 비용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개발 수익은 줄고 임대주택 손실과 정책성 업무 부담은 커지면서 기존 통합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뉴스워치>는 '기로에 선 LH' 시리즈를 통해 LH 구조개편 논의의 본질과 매입임대 논란, 수장 공백, 내부 조직의 피로감 등을 차례로 짚어본다._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기로에 선 LH①] 개발이익으로 주거복지 메운 15년…통합모델 한계 직면
[기로에 선 LH②] 비싸게 사도, 싸게 사도 논란…'진퇴양난' 매입임대
[기로에 선 LH③] 사장 공백 장기화 속…전세사기·미분양 과제 산적
[기로에 선 LH④] '신의 직장'은 옛말, '정책 해결사'의 비명
사진=챗gpt 생성
| 뉴스워치= 송호길 기자 | 취업 시장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여전히 구직자들의 선망을 받는 대상이다. 그러나 내부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신의 직장'이라는 수식어보다 '정책 해결사'라는 고단한 수식어에 더 가깝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부터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 매입임대 확대까지 정부의 굵직한 부동산 현안이 터질 때마다 LH가 최전선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은 줄고 업무는 폭증한 상황에서, 2021년 투기 사태 이후 차가워진 외부 시선까지 더해지며 내부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는 향후 진행될 구조개편 논의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뉴스워치에 제공한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공기업' 조사에 따르면 LH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7위, 2019년 5위, 2020년 7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공동 9위에 올랐다.
다만 선호도는 낮아지는 추세다. 2019년 5.5%에 달했던 선호도는 2025년 3.1%까지 떨어졌다. 안정적인 고용 환경과 주택·토지 정책의 핵심 기관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하지만, 기관에 대한 위상은 과거보다 낮아진 흐름이다.
내부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LH는 토지 개발, 주택 공급, 공공임대 운영, 주거복지 집행 등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는 LH가 수익을 내는 '개발공기업'인 동시에 주택시장 안정을 책임지는 '정책 집행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긴급 현안이 LH에 집중되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LH 2026년 업무보고에 따르면 공사는 전세사기 피해주택 7500가구 이상 매입, 지방 미분양 5000가구 매입, 2023년 3월 선정된 15개 국가첨단산단 중 14곳 수행 국가적 난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이다.
문제는 현재의 재정 여건과 인력 구조가 이러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LH는 업무보고를 통해 택지매각 수익 감소에 따른 교차보조 악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손익 구조 개선 필요성, 낮은 공공임대 정부 재정지원 수준의 단계적 현실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발사업 수익으로 주거복지 손실을 메워온 기존 모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책성 업무까지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인력 여건도 녹록지 않다. 업무보고에는 사업량 증가에도 혁신방안에 따른 정원 감축 여파로 인당 업무가 과중하다는 진단이 담겼다. 정원은 2021년 9643명에서 2025년 8805명으로 약 8.7% 줄었다. 반면 건설형 착공은 2021년 2만5000호에서 2026년 5만2000호로, 매입형 매입은 같은 기간 2만6000호에서 4만4000호로 각각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과부하는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의 이직률은 2020년 대비 2024년 기준 남성은 4.2%에서 8.5%로, 여성은 1.7%에서 4.0%로 각각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이직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려워 업무량 증가와 근무 여건, 공공기관 간 이동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LH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 업무가 생기면 기존 부서에서 인력을 차출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증원 결정부터 실제 배치까지 반년 이상 걸리는 데다 신규 인력이 숙련된 역량을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사회적 논란이 뒤따르는 업무 특성도 부담을 키운다. 매입임대 사업은 가격 산정 기준에 따라 '고가 매입' 논란과 '건설업계 반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역시 복잡한 권리관계와 수선비 부담 등 행정적 난제가 뒤따른다. 여기에 2021년 투기 사태 이후 전 직원 재산등록, 준법감시관제 도입 등 내부 통제까지 대폭 강화되면서 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행정적 압박은 더욱 커졌다.
LH 구조개편 논의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단순한 조직 분리나 명칭 변경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나온다. LH가 정부 정책의 최종 집행기관 역할을 계속 맡아야 한다면, 그에 걸맞은 예산 구조와 인력 배치, 책임 소재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조직의 이름만 바꾼 채 업무 부담이 그대로 남는다면 '지속 가능한 주거복지'라는 목표도 힘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단순히 업무가 늘었다고 인력을 증원하기보다는, 전체 조직 차원의 정밀한 직무 분석과 난이도에 따른 적정 인력 배치가 우선돼야 한다"며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한 권한과 책임의 균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호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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