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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낡은 세제에 발목 잡힌 경기도정, 해법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고도화될수록 경기도의 곳간은 비어간다. 도로·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경기도의 몫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법인소득세는 중앙정부와 해당 시군으로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고]낡은 세제에 발목 잡힌 경기도정, 해법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고도화될수록 경기도의 곳간은 비어간다. 도로·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경기도의 몫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법인소득세는 중앙정부와 해당 시군으로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6000억원이 넘는 돈을 반도체 산단 도로 구축에 쓰지만 법인소득세 세입은 없다. 산업이 성장할수록 광역단체가 가난해지는 구조, 이것이 지금 경기도가 서 있는 위치다.

숫자로 옮기면 이렇다. 경기도의 연 수입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86만원은 인건비나 필수 복지비처럼 지출처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돈이어서 요즘 말로 통장을 스쳐간다. 남은 돈으로 도로도 놓고 산업단지도 만들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데, 문제는 이 14만원이 1420만 도민의 삶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이끌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순수한 재정수입에서 순수한 재정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보면, 경기도는 2022년부터 매년 1조원이 훌쩍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6년도 예산안에서는 4분기에 집행해야 할 민생 예산마저 편성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인장기요양 약 1234억원, 아이들 학교 급식 지원 약 584억원, 장애인 거주시설 지원 약 17억원 등이다. 추미애 도지사가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한 것은 이것이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마다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임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재정지표는 경기도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지금의 지표는 총부채가 얼마나 있는지만 물을 뿐,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실제 있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연 한도의 99.6%에 육박하는 9430억원의 빚을 끌어다 썼지만, 경기도는 1년 예산이 40조원도 넘으니까 그 정도쯤이야 괜찮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여기까지 왔는가. 경기도 세수의 절반가량은 아직도 부동산을 사고팔 때 걷힌다. 2021년 11조원이던 취득세가 이듬해부터 8조원대로 내려앉았는데, 나가야 할 돈은 계속 늘어난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며 경기도는 예산의 절반가량을 복지에 쓴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경기도 소방공무원 1만1000명의 인건비도 대부분 도가 부담한다. 최근 다른 광역단체도 잇따라 재정난을 알렸다. 인구도 산업도 단체장도 제각각인 곳에서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근본 원인은 각자의 살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조 문제다.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산업 경쟁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그에 걸맞은 각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제때 제 역할을 하려면 재원의 투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실, 문제의 해결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는 이미 작년 9월에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에서 7.5 대 2.5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까지 개선하겠다(53번)고 했다. “부담이 있는 곳에 재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원칙만 바로 서면 된다. 세제를 전체적으로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부 의지만 있으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다. 국가직인 소방공무원 인건비를 중앙정부가 부담하도록 하고, 현재 25%대인 지방소비세의 지방정부 배분 비율을 40%까지 올리는 것,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에 도비를 매칭해야 하는 비율을 조정하는 것 등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직접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정부이기에 현 상황에 대한 진단도, 해결 의지도 분명할 것이라 믿는다. 목표가 분명하다면, 이제 남은 것은 속도다. 집권 3년 차인 내년에는 반드시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광역지자체들이 파국으로 달려가는 길을 끊을 수 있다.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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