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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국고채 전문딜러 제재’ 신중히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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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영 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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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전문딜러(PD)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제재에 착수했다.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의 정보 교환과 ‘허수 응찰’을 담합으로 규정해 조 단위 과징금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규제의 칼날이 국가 재정 조달의 핵심 핏줄이자 자본시장의 최전선인 국고채 시장을 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규제의 잣대는 그 어느 곳보다 정교해야 한다.
국고채 시장은 소수 딜러의 소통만으로 통제되는 구조가 아니다. 입찰 당일 오전, 각 PD사는 자기 몫과 연기금 등 고객 몫을 낙찰받기 위해 응찰 호가를 정한다. 큰 기관은 시장 금리에 따라 가격 조정을 요구하기도 하며, 최종 가격과 물량은 시장 수급 원리로 결정된다. PD사가 제시한 금리는 투자 기관들의 가이드라인 역할도 겸한다. 담합으로 지목한 허수 응찰은 재정경제부가 제공한 유인책에서 파생됐다. 국고채 인수 부담이 커진 PD사들에 ‘낙찰받지 않아도 응찰 물량을 실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고육책을 쓴 것이다. 딜러들은 이 유인책에 따라 실적이 인정될 수 있는 허수 응찰 수준을 탐색한 것으로, 이것이 실제 시장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통상 담합은 부당한 이익을 독식하기 위해 행해진다. 그러나 PD사들은 국고채를 비싸게 낙찰받아 다시 유통시장에 매도하는 ‘구조적 손실’을 감수하며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해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정위 조사 이후 나타난 시장의 역설이다. 제재 우려로 소통이 단절되자 오히려 PD사들의 손실 규모는 줄어든 반면 정부가 부담할 조달 금리는 올랐다. ‘손실을 줄이기 위한 담합’이라는 제재의 전제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설령 위법성이 인정되더라도 과징금 산정 기준은 엄밀히 적용돼야 한다. 공정거래법 제8조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경우 ‘영업수익’이 과징금 산정 기준이다. 영업수익은 거래총액이 아니라 순수익을 뜻한다. 그럼에도 하위법인 시행령의 입찰 담합 규정을 적용해 거래총액(76조원)을 기준으로 11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명백한 상위법 위반이 될 것이다.
행정 처분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생명이다. 공정위 스스로도 과거 증권사 소액 채권 사안(2012년)과 은행권 담보인정비율(LTV) 사안(2026년 2월)에서 거래총액이 아닌 영업수익을 제재 기준으로 삼은 선례가 있다. 영업수익 산출이 어렵다면 법률이 규정하는 ‘정액 과징금’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제재는 부정적인 연쇄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2026년 국고채 발행 한도는 226조원이다. 과도한 징계로 금융회사가 입찰 자격을 포기하거나 활동이 위축되면 수급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국고채 수요 감소는 자금 조달 금리 상승으로 직결된다. 늘어난 이자 부담은 예산 운용을 압박하고, 시중대출 이자마저 가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선진국 채권 클럽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됐다. 이 성과를 온전히 누리고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명분은 타당하다. 하지만 원활한 예산 조달을 수행해온 PD사의 역할도 세심히 평가해야 한다. 거시경제 안정성은 법 집행만큼 중요한 핵심 가치다. 기계적 규제 적용을 지양하고, 합리적 제재와 시장 특수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송창영 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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