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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고]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데칼코마니, 선관위와 축구협회

2026년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이 일상을 바꾸고 K컬처가 세계를 선도하는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달리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과거의 낡은 관행에 머물러 있는 조직들이 존재한다.

[기고]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데칼코마니, 선관위와 축구협회

2026년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이 일상을 바꾸고 K컬처가 세계를 선도하는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달리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과거의 낡은 관행에 머물러 있는 조직들이 존재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책임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민 스포츠를 대표하는 대한축구협회가 그렇다.

서로 다른 분야의 기관이지만 두 조직은 놀라울 만큼 닮았다. ‘독립성’, ‘관행’을 방패 삼아 외부 견제를 차단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하며,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합동수사본부 수사로 드러난 선관위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배우자 동반 해외출장 의혹과 방만한 해외연수, 6·3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자 수를 허위 입력하거나 임의로 수정해 통계를 맞춘 정황까지 포착됐다. 투표용지 부족과 현장 경고 묵살에 이어 선거 통계의 신뢰성마저 훼손했다. 이는 일부 직원의 실수가 아니라, 외부 감시를 거부해온 폐쇄적 조직문화와 허술한 내부 통제가 빚은 구조적 실패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현직 대법관이 위원장을 겸임하는 독특한 구조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장은 명예직에 가까운 역할에 머무는 반면 실무 조직은 헌법기관이라는 독립성을 내세워 외부 견제를 차단해왔다. 독립성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지,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책특권이 아니다.

축구협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력강화위원회의 검증 절차를 사실상 무력화한 채 홍명보 감독 선임을 강행하며 밀실 행정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대표팀은 경기력 부진과 전술적 한계를 반복적으로 노출했고, 세계적인 명장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축구는 전술적인 문제가 있다” “협회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협회는 이러한 쓴소리를 조직 혁신의 계기로 삼기보다 방어 논리로 일관했다.

두 기관의 가장 큰 공통점은 대형 과오를 범하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독립성을 이유로 외부 감시를 거부했고, 축구협회는 팬들의 거센 비판 앞에서도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이 책임보다 자기방어를 우선하는 모습은 공공기관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거리가 멀다.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선관위와 축구협회는 여전히 폐쇄적 운영과 기득권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공정성과 국민 스포츠의 경쟁력은 어느 한 사람이나 특정 조직의 소유물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에 기반한 공공자산이다.

선관위와 축구협회는 이제 ‘독립성’과 ‘관행’이라는 방패 뒤에 숨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조직 운영 전반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맥과 연고가 아닌 실력과 책임을 기준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두 기관이 보여준 퇴행은 대한민국 곳곳에 남아 있는 기득권 카르텔의 축소판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며, 폐쇄성이 아니라 투명성이다. 그 요구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이 아무리 혁신을 외쳐도 그것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전수미 변호사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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