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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휴머노이드 공급망' 속 한국의 기회

핵심부품 표준 선점하고 시스템통합 등 기술확보를 경쟁력 판가름할 SW서도 정밀 데이터 쌓아야 생존 지난 1월 세계 최대 테크 전시회인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큰 관심을 얻었다. 정밀한 손 조작, 물 흐르듯...

[기고] '휴머노이드 공급망' 속 한국의 기회

핵심부품 표준 선점하고

시스템통합 등 기술확보를

경쟁력 판가름할 SW서도

정밀 데이터 쌓아야 생존

심원섭 맥킨지앤드컴퍼니 부파트너

지난 1월 세계 최대 테크 전시회인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큰 관심을 얻었다. 정밀한 손 조작,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AI(인공지능)가 몸을 얻었다'는 기대감이 현장을 채웠다. 그런데 로봇이 무대에서 내려와 우리 곁에서 일할 수 있을까. 축제가 끝난 뒤 냉정한 질문을 던져볼 때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치는 정해진 곳을 벗어나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을 때 나온다. 핵심은 범용성이다. 얼마나 사람과 닮았는지는 지엽적인 문제고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도를 파악하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느냐다.

그러나 무대 시연과 상업화 사이에 간극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개 기업이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기업은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각국은 저마다 치열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지원 아래 빠르게 휴머노이드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기술이 상업화 가능한 수준의 비용에 도달할 때까지 다양한 기종을 시장에 출시하도록 지원하는 전략이다. 2024년 한 해에만 35개 이상의 휴머노이드 모델이 나왔다. 또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절반 이상이 설치된 제조 현장에서 로봇 학습을 위한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미국은 AI 역량을 중심으로 '뇌(운영체제·OS) 영역'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하드웨어부터 데이터 파이프라인까지 전체를 직접 챙긴다. 기술 통제력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유럽은 인공지능법 등 안전과 신뢰 기준을 정비해 상용화의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일본은 정밀 구동 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중심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휴머노이드는 AI, 반도체, 기계, 소재, 데이터가 결합된 복잡한 산업이다. 단일 국가나 기업이 모든 밸류체인을 독식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우리의 기회가 있다.

먼저 핵심 부품이다. 액추에이터, 감속기, 센서 등은 휴머노이드 원가의 40~60%를 차지하는 승부처다. 감속기 등 일부 부품은 일본의 진입장벽이 높다. 한국은 모터, 전력 제어, 통합 액추에이터 등 경쟁 가능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는 동시에 시스템 통합과 제어 기술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을 선점해야 한다. 특히 통합 액추에이터는 아직 표준이 없어 기회가 있다.

휴머노이드는 결국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을 둘러싼 장기전이다. 소프트웨어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저부가가치 구조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 진입에 그치지 않고 로봇 OS 역량도 갖춰야 한다. 우리가 자동차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쌓은 정밀 제조 데이터는 로봇 숙련도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의 문턱에 서 있다. 한국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기술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 누구와 손을 잡을지에 대한 선택이 남았다. 오늘의 결정이 미래 로봇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가른다.

[심원섭 맥킨지앤드컴퍼니 부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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