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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고] 우크라戰, ‘강 건너 불’이기만 할까?

유라시아 대륙 서쪽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쪽 끝 한반도의 안보와 맞물리고 있다. 더 이상 이 전쟁을 ‘강 건너 불’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단순한 병력 지원을 넘어선다.

[기고] 우크라戰, ‘강 건너 불’이기만 할까?

유라시아 대륙 서쪽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쪽 끝 한반도의 안보와 맞물리고 있다. 더 이상 이 전쟁을 ‘강 건너 불’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단순한 병력 지원을 넘어선다. 북한군은 현대전의 전장에서 드론·전자전·미사일 정밀 타격 등을 체험하며 전투 역량을 키우고 있다. 파병과 미사일·포탄 지원의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과 경제적 지원을 더 확대한다면, 북한은 군사력을 증강하고 러시아는 병력과 물자를 확보하는 상호보완적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9월 제81차 유엔 총회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이송을 공개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러 군사협력을 국제 안보 문제로 부각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이송 공개’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가 주(駐)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할 정도로 와각지쟁(蝸角之爭:달팽이의 두 촉수 간 싸움)의 갈등이 발생했지만, 여기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북·러 군사협력이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백범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전(前) 대사

우크라이나 전장은 드론·무인체계, 전자전, 위성정보, 정밀 타격이 결합된 미래전의 실험장이다. 북한군이 이곳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은 우리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다. 전쟁사는 전투 경험 있는 병사는 없는 병사보다 3∼5배의 전투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증언한다. 우리도 현대전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군의 미래전 역량을 강화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드론 정찰·타격과 이에 대응하는 탐지·전자방해·요격체계, 통신과 위성항법이 교란되는 상황에서도 지휘통제를 유지하는 분산형 지휘 능력, 드론·위성정보·포병·정밀 타격의 연계 방식 등을 분석해야 한다. 위장·기만·분산 배치와 탄약·연료 보급, 부상자 후송, 장비 수리 등 군수지원 체계도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은 2024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후 고위 정보·군 관계자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우크라이나에 보내 전쟁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투와는 일체 관련 없는 중대급 정도의 군사참관·전훈분석단을 현지 여건에 따라 순환 파견·운영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한·러 관계 등과 연계해 경고하면서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압박에 계속 수동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 북·러 군사협력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우크라이나와의 정보 교류와 비살상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등 우리의 안보 역량을 능동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같을 수는 없다. ‘북한군 포로 한국 이송 공개’ 문제는 심도 있는 고위급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고, 북·러 군사협력 문제는 별도의 외교·안보 채널로 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미 대화와 남북 접촉 재개 가능성, 중장기 대러 관계 등 다양한 변수도 고려하면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실제 전장에서 검증되는 군사기술과 전술, 북한군의 실전 경험을 정확히 파악해 우리의 안보와 미래전 대비에 활용해야 한다. 전쟁은 끝나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군사 능력과 전투 경험은 남기 때문이다.

백범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전(前)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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