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로 성장 우량기업
후배 스타트업 나침반 역할
정책자금 코스닥 몰려올때
코스피 이전하면 위축 우려
민홍기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식물학에서 '공진화(coevolution)'란 특정 생태계에서 자라난 종(種)이 그 환경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환경이 다시 그 종을 강하게 키워내는 개념이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공진화의 서사가 가장 역동적으로 쓰인 곳은 단연 코스닥시장이다. 수많은 혁신기업은 매출이나 이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술특례상장'이라는 자양분을 통해 자본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또한 '기술력'이라는 신뢰 하나로 그들이 일궈낸 성과는 다시 코스닥의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나날이 더 다양한 분야의 많은 기술기업이 코스닥에 뿌리내려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코스닥의 토양 위에서 자라난 대표 기업들이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둥지를 옮기려는 '이전상장' 논의가 잇따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흔히 코스피로의 이전을 체급 증명이자 기관 자금 조달의 '필승 전략'으로 간주하곤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역사는 이 통념이 정답이 아님을 증명해왔다. 이전상장 기대감으로 오르는 주가는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장기적인 향방은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에 수렴했다. '더 넓은 바다'가 반드시 '더 큰 포획'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이다. 코스피라는 대양의 파고 속에서 지수 내 비중이 축소되거나 대표 기업으로서 지위를 상실하며 기업 고유의 색깔과 프리미엄이 흐릿해진 사례가 적지 않다.
더욱이 지금은 정책적 대전환의 물길이 코스닥을 향해 선명하게 굽어들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다. 국민성장펀드를 필두로 한 정책자금의 투입과 증시로의 머니 무브는 코스닥 우량 기술기업을 향하고 있다. 수년을 기다려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기회가 오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닥 대표 기업들이 시장을 이탈해 스스로 그 혜택을 밀어내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아쉬운 결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본시장 이목이 집중된 알테오젠의 이전상장과 관련된 행보는 향후 코스닥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코스닥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성장해 기술 기반 투자의 확대를 이끈 이 바이오 기업은 코스닥이 지향하는 '혁신 기술'의 자부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알테오젠이 코스닥의 중심을 지켜주는 것은 단순히 한 기업의 잔류를 넘어 현재 제2의 알테오젠을 꿈꾸며 연구실 불을 밝히는 수많은 후배 기술기업에 코스닥에서도 글로벌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확신의 증거가 된다. 이는 대한민국 모험자본 생태계와 혁신 성장 사다리의 견고함을 증명하는 시대적 소명이기도 하다.
혁신은 혼자 자랄 수 없다. 자양분을 준 토양과 그 위에서 자라난 거목이 함께 숲을 이룰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완성된다. 기술기업들이 코스닥 대지 위에 더 깊게 뿌리를 내려 기술주 시장, 나아가 혁신·벤처 생태계의 거대한 숲을 지탱해주길 기대한다. 그 결단은 코스닥시장과 기술기업의 동반성장, 공진화를 촉진시킨 위대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위대한 여정을 걸어온 혁신·벤처 기업들의 성공신화가 코스닥의 '혁신 플랫폼' 위에서 지속되길 기대한다.
[민홍기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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